솔직히 보고 싶어서 봤다기 보다는, 워낙 유명해서, 안 보면 왠지 시대에 뒤쳐지는 것 같아서 봤다. 그리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한 번 보기 시작한 다음에는 멈출 수가 없었다..-_-;;
사실 탈옥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아주 많이 쓰였기 때문에 진부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거기에 음모에 빠진 형을 구출하기 위해서 자진해서 동생이 자진해서 감옥에 갇힌다라는 약간의 (하지만 정말 창의적인) 변형을 가함으로써, 아주 흥미진진하게 초반부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
DC 프리즌 브레이크 갤러리에서는 "석호필"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의 캐릭터 설정이 훌륭하다. 감옥의 청사진과 여러 가지 정보들을 온 몸에 문신으로 그린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 매우 재미있고 기발하다. 그리고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고전적인 영웅의 모습이기도 하다.
스토리가 정치적인 음모로 연결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를 주는 포인트이다. 미국 부통령과 시크릿 서비스, CIA 등이 배후에 숨어 있는 음모. 이런 것 역시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이들 써먹으니 식상할 수도 있는데, 탈옥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이니까 또 진부하지 않고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40분 정도의 분량으로 한 회가 구성이 되는데, 그 사이의 연결도 아주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다음 회를 정말 궁금하게 만든 것도 뛰어나다. 이게 바로 이 드라마가 갖는 중독성의 실체인데, 나도 이틀만에 22부를 모두 다 봐버렸을 정도였다. 그나마 우리처럼 방영이 다 된 후에 다운 받아서 보는 사람들은 바로 이어서 볼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 매 주 방영되는 것을 본 사람은 정말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100분 남짓의 영화에서는 그 길이의 제한때문에 한 두명 이상의 주요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관객들에게 그렇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런 장편 드라마 - 일단 영화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장편 소설, 만화 등도 똑같다 - 에서는 좀 더 많은 캐릭터에 대해서 우리들 관객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가 있다. 위 사진의 5명의 캐릭터에 대해서 우리는 22편, 거의 900분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에 정말로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더 자세하게 알수 있고 그래서 그 캐릭터에 대해서 더욱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점은 확실히 장편의 장점인 것 같다. 더 많은 인물들과 더 많은 사건 등은 우리가 더 그 스토리를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프리즌 브레이크도 이 장점을 아주 잘 활용하지 않았나 보여진다. 하나의 긴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캐릭터를 고루 재미있게 그려냈기 때문에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암튼, 나는 현재 시즌 1 22부까지 본 상태이다. 사실 22부를 보고는 좀 당황했다. -_-;; 분명히 이게 시즌 1의 끝이라는데, 뭔가 마무리된 것도 하나도 없고 그냥 보통의 한 회가 끝나는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즌 2가 방영 중이라는데.. 그게 끝나면 다시 볼 생각이다. 아마 지금 보기 시작하면, 다음 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다..^^;; 그래서 요즘 사무실 사람들 혹은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프리즌 브레이크 얘기가 나오면, 반드시 얘기를 한다. 나는 시즌 1만 봤고 시즌 2는 아직 안 봤으니..절대로 시즌 2에 관한 얘기는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