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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15 카게무샤(影武者) - 구로자와 아키라
  2. 2006.03.11 13번째 전사
  3. 2006.03.11 스팀보이
  4. 2006.03.11 브로크백 마운틴
  5. 2006.03.03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6. 2006.03.03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 영화는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이다. 이 영화가 어떻게 해서 극장에서 상영이 되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부산의 어떤 극장에서 봤었다. 물론 관객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영화이다. 다케다 신겐(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려나..),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모두 일본의 전국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웅들이다.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케다 신겐은 죽은 뒤 3년동안 카게무샤를 써서 자신의 죽음을 다른 라이벌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그 직후에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가시노 전투에서 아들인 다케다 가쓰요리가 이끄는 군대가 오다 노부나가/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연합군에 무참하게 패배하면서 다케다 가문은 멸문하게 된다. 이 나가시노 전투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 아래 주소에 꽤 자세한 설명이 있다.


http://www.mawang.net/premium/kda.php?w=v&bbs_name=ch2&pc_id=5&id=1325&sel=&s=&op=&chb1=&chb2=&chb3=&chb4=&chb5=&page=1

http://battle.culturecontent.com/content/surrounding_countries/battle_sc_06_01.asp



"카게무샤"에서 재현된 나가시노 전투는 실제 전개의 양상을 너무나 잘 그려냈다. 위의 링크를 보면 알겠지만 나가시노 전투는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총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영화는 그 학살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돌진하는 다케다 가문의 기병대가 보이고, 그 후에는 마방책 뒤에서 아무런 피해없이 사격하는 오다/도쿠가와 연합군, 그리고 그 결과를 보면서 절망하는 다케다 군의 수뇌부만을 보여 준다. 다케다 가문의 군사들이 사격에 쓰러지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전투가 끝난 뒤의 시체가 잔뜩 깔린 참혹한 장면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그 생략된 참혹한 장면들을 아주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생략됨으로 해서, 앞서 언급했던 나가시노 전투는 불꽃튀는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더욱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역사적인 인물들이 아니라 다케다 신겐 사후 그의 카게무샤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가 카게무샤 역할을 수행하면서,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이 카게무샤를 하기 전에 역시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신겐의 동생이 친절하게 설명도 해준다..^^;;) 그는 결국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風林火山의 깃발을 들고 돌진해서 자신의 생명 또한 다케다가문과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다케다 신겐이 이미 3년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오다 노부나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오다 노부나가가 즐겨 불렀다는 노래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人間五十年

인간이 살아봤자 오십년

下天の中を比ぶれば

하늘 아래의 세상에 비하면

夢幻の如くなり

마치 덧없는 꿈과 같구나

一度生を享け

한번 생을 얻어

滅せぬ者のあるべきか.

죽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

(출처는 http://garden.egloos.com/10000237/post/42141)



가문의 멸문을 좀이나마 늦추려고 카게무샤까지 써야 했던 다케다 신겐이나 그 카게무샤 역할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목숨을 내던진 이 영화의 주인공도, 또 나중에 부하인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배신당해서 혼노우지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오다 노부나가도 결국은 덧없는 50년간의 꿈을 꾸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이 영화는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메이져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사에서 배급을 했는데, 그 Producer로 구로자와 아키라를 거의 스승님으로 모시는 두 사람 -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이름이 Ending Credit에 있다 - 이 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토호(동보)에서 충분한 자금을 받지 못했고, 이 두 사람의 추천으로 20세기 폭스가 투자를 한 것이라고 한다. 후에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을 때, 조지 루카스는 직접 무대에서 에스코트를 하기까지 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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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전사

영화 2006. 3. 11. 23:15

존 맥티어넌 감독을 좋아한다. "다이 하드", "프레데터", "붉은 10월" 등의 액션물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이다. 위 세 편의 영화를 만들 때 까지만 해도 스타감독이면서도 영화를 매우 잘 만드는 감독이었는데, "라스트 액션 히어로"의 처참한 대실패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듯, 영화들이 좀 그렇다...

이 사람이 연출한 "13번째 전사" 라는 영화가 있다. 스토리가 아주 황당한데, 10세기 경, 지적이고 교양있는 한 아랍인이 지저분하고 미개한 유럽에 와서 겪는 모헙담을 다룬 영화이다....-_-;; 음, 요즘은 지적이고 교양있는 유럽, 미개한 아랍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저렇게 정반대이던 때도 있었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그 지적이고 교양있는 아랍인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기도를 드리면서 하는 말인데 아주 인상깊었다.

"생각하여야 했으되 생각하지 못한 모든 것들,
말하여야 했으되 말하지 못한 모든 것들,
행하여야 했으되 행하지 못한 모든 것들,
신이여 용서하소서"

영화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말이었던지라..
모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

중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럽애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걸 들으면서 그 유럽말을 익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씬은 정말로 맥티어넌다운 장면이었다....
그 외에는 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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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보이

영화 2006. 3. 11. 23:14

스팀보이 (3disc)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대원DVD








"아키라" 그 후 16년

고등학교 때 해적판 비디오로 봤었던 "아키라"는 정말 충격이었다. 세기말의 디스토피아 적인 환상이 가득 담긴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 뿐 아니라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가뿐히 넘는 퀄리티의 비주얼까지, 거의 10년 정도는 앞서나갔던 선구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중 하나가 되었고, 이 작품 단 한편으로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그런데, 이 작품 이후로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메모리즈"에 참여한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 사이에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다 이사오, 오시이 마모루 등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했는데..


제작 기간 무려 9년

그러다가 드디어 작년에 16년만의 신작 "스팀 보이"가 드디어 공개가 되었다. 무려 제작기간이 9년(!!!), 그리고 제작비가 2천만 달러 이상(!!!)

작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일본 홍보 사이트를 봤는데,(일본에선 작년에 개봉) 이 제작기간과 비용을 보고 좀 많이 놀랬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애초 계획했던 기간은 이렇지 않았겠지만...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심할 정도로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아마 제작 중에 계속 일정이 늘어났을 듯.. 하지만, 이렇게 일정이 지연되었는데도 결국 완성될 때까지 아무도 포기하질 않았다는 것이 대단하다. 아니면 원래 일정이 9년이었을지도...


퀄리티

뭐 암튼 9년을 공들인 애니답게, 비주얼의 퀄리티는 환상적이다. 2D와 3D가 거의 대부분의 화면에서 같이 쓰이고 있는 것 같은데, 대충 만들었을 것 같은 화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초반부의 추격씬과 후반부의 "스팀의 성" 부분의 퀄리티는 거의 압권이다.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만큼 굉장한 박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왠지 아키라와 유사해보이기도 한다. 아키라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바이크 추격씬(바이크의 라이트를 마치 사진에서 셔터를 오래 누른 것처럼 길게 늘어지는 장면.. 이 장면은 아직도 기억날 정도)과 후반의 테츠오 폭주 장면, 대폭발.. 장면. 뭔가 유사하긴 하지만, 이 정도야 뭐…^^

증기, 물, 얼음 등의 표현은 거의 극사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 정말 리얼했다. 마지막 얼음이 녹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어린이가 마치 거대한 꽃처럼 보이던 얼음의 아주 조그만 부분을 건드리자마자 전체가 마치 눈처럼 녹아내리던..장면...

오시이 마모루의 영화도 비주얼의 퀄리티는 끝내주지만 (특히 올해 개봉했던 이노센스) 그것보다도 더 나았던 것 같다. 오시이 마모루는 3D를 더 많이 써서 섬세해보이지는 않는 듯...



재미? 모험 활극

그런데, 오오토모 가츠히로가 이번 작품에선 "재미"를 한번 추구해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하던 짓을… 그런데 내 생각에는 실패한 것 같다...^^;;

솔직히 스토리가 좀 9년간 만든 것 치고는 별로다. 아주 허접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뭐 그렇다고 미야자키 하야오나 다카하다 이사오의 통찰력 넘치는 멋진 스토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키라"를 만든 감독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줄 알았다...

문제는 할아버지/아버지의 대립구도이다. 순수한 과학을 얘기하는 할아버지와 실용주의를 얘기하는 듯 하면서 결국 무기를 만드는 아버지는 실제 역사적인 흐름과도 동일하다. 이제는 손자가 그런 역사를 이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가야 한다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라면 정말 동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이렇게 재미없게 해도 되냐고....ㅜ.ㅜ 좀 그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우리 귀여븐 스칼렛 오하라양 반만이라도 매력있게 나왔다면 하는게 좀 아쉬움이다.

그런데, 스칼렛 양은 귀엽기도 한데, 결국 후반부엔 사이몬만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보낸다는... 뭐 그런 모습이 그 전에 보여주던 매력적인 모습들 다 깎아먹긴 했지만, 영화에 재미는 좀 붙여줬다. (이게 그래도 좀 우리 오오토모 감독님께서 재미를 위해서 노력하신 것일 듯…) 개인적으로 스칼렛양 최고의 대사는 세일즈 하고 있던 사이몬에게 했던 대답이다. "기왕 할거면 이기세요…" -_-;;;;

그리고, 스토리는 메모리즈의 세번째 에피소드가 훨씬 낫고, 아키라에 비하면 좀 심하게 못하다.


결론

스토리? 꽤 실망했다.

비주얼?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실망스러움을 덮고도 남았다.^^

제발 다음 영화는 좀 빨리 만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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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영화 2006. 3. 11. 14:59


씨네 21에서 짐 호버먼이 "타이타닉 이후로 가장 정통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쓴 걸 봐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영화는 아주 정통적인 멜로 드라마이다. 두 연인이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물론 남녀 관계가 아니라, 남남 관계라는 것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에니스 델 마" 역을 맡은 히스 레저가 참 인상에 많이 남는다. 처음 이별 때 벽을 치면서 통곡하던 장면이나 이별 후 첫 만남을 창가에서 하염없이 밖을 쳐다보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묵하고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또 그래서 결국 억제된 사랑과 욕망으로 인해서 가끔 매우 폭력적이기도 한 사람이고, 또 그만큼 사랑이 깊은 - 연인 잭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천사들인 두 딸에 대해서 - 꽤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였던 것 같은데, 훌륭하게 연기해낸 것 같다.

영화는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그 두 연인의 일상을 많이 보여준다. 그 둘은 모두 가족을 갖게 되지만, 그 가정 생활이 당연히 해피 엔딩이 될 수는 없었다. 둘은 계속해서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에게도 그 둘의 만남은 상처가 된다. 이 영화는 그걸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보편성을 얻고,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동성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사람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예전의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도 그랬고, "와호장룡" 도 그랬지만, 이안의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난 후에 가슴에 남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주위의 누군가의 실제 삶을 영화로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허상인데도,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마치 우리가 느끼는 듯 하다. 같은 아시아인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도 흥행이 잘 되었다고 하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 같긴 하다. 아무튼 훌륭한 영화를 봐서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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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께서 FTA협상에 대해서 "어린 아이는 보호하되 어른이 되면 다 독립하는 것 아니냐. 한국영화가 어느 수준인지 한번 우리 스스로 판단해볼 때가 됐다." 라는 말을 하셨다는 뉴스를 봤다. 제가 아는 한 노대통령은 매우 합리적인 분이고 아주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않는 분이지만, 이번에 하신 말씀은 타당치 않다. 일단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는 느낌이고 일반 기업하시는 분들이나 영화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 정도의 수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영화가 어른이건 아이건 간에 미국 영화와는 수준이 같아질 수 없다. 영화는 미국에서 생겼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의 시초가 되었던 이벤트를 최초로 열었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이 극장에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시스템은 다른 어떤 나라도 아닌 미국의 것이다. 미국 영화는 무성 영화 시대부터 미국에 있는 세계의 모든 인종, 민족의 사람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졌다. 유럽이나 다른 모든 비 미국의 영화들은 자신의 언어권에 있는 관객들만을 타겟으로 할 때, 단지 미국만이 세계를 겨냥해서 영화를 만들어왔고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즉, 영화 시장은 합리적인 어른들이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무소불위의 거인 미국영화와 아이들간의 아주 일방적인 싸움이다. 거기에는 스크린쿼터와 같은 보호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은 보호무역 따위가 아니다.

둘째, 아직 우리 나라 영화는 어른이 아니다. 관객 점유율과 같은 수치 하나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 나라 영화 시장은 이제 갓 성장하고 있는 중일 뿐이다. 음반 시장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9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우리 나라 음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적이 있었다. 밀리언 셀러를 수많이 배출했던 우리나라 음악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십만 장을 넘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바닥에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만큼 약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MP3와 인터넷 공유에 조금 잠식당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궤멸당해 버렸다. 영화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우리 영화의 점유율이 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바탕은 아직 매우 취약하다. 고급 인력들이 많이 진출해있다지만, 아직 그 수는 미미하다. 대기업들이 꽤 있지만 아직 그 자본력은 몇몇 블록버스터에만 집중될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다양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미국처럼 B급 영화에서 블록버스터, 예술 영화를 아우르는 넓은 폭을 우리는 가지지 못했다. 물론 우리가 미국과 같은 다양성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현재 상황은 트렌드에 너무나 편중되어 있다.

스크린 쿼터 폐지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소의 결과를 조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우리 영화들, 유명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 우리 영화들은 현재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스크린 쿼터 축소의 결과로 우리 영화 상영의무에서 꽤 자유롭게 된 극장들에 의해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미국 영화와 트렌드에 영합한 몇몇 우리 나라 블록 버스터들이 메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몇 년 가게 되면 결국 우리 영화는 창의력이 소진된 그저 그런 상업 영화들만 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우리 영화계는 지금 우리 음악처럼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정말로 다분하다.
이런 최악의 결말이 날 가능성이 정말로 있다. 그리고 그 시초가 바로 스크린 쿼터 축소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족: FTA 협상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는 우리의 영화와 그리고 영화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농업을 포기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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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반판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기무라 타쿠야 외 목소리/대원DVD




"미야자키 하야오" 라는 이름은 예전엔 참 멀리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일본과 거의 동시 개봉도 이루어지는, 정말로 옆 나라의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버렸다. 이제 약간은 신비감이 덜 한 느낌이긴 한데, 이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에게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단순하게 신비하고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로 경지에 오르셨다고 할까. 이제는 정말 역사에 남을 거장이 된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퀄리티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봤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보기 전에는 이례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불안한 맘이 있긴 했지만... "센과 치히로…" 와 스토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배라던지 이런 거는 늘 반복되는 것이고 말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비평을 몇 개 봤는데, 사실 실망했다는 평이 많다. 이야기 구조가 굉장히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황야의 마녀가 엉망이 되던 순간부터 이야기가 좀 김이 새기 시작했으니까. 이야기로만 따지면 앞으로 "나우시카"를 넘는 작품이 과연 나올지 의문이다.

하지만, 첫 부분에 나오는 "공중산책" 장면 하나 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이 토토로가 사츠키와 메이를 안고 하늘을 나르는 장면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는다. 하늘에서 정말로 우아하게 걷는 그 장면은 하울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엔딩은 그 왕궁마법사 샤리만도 직접 대사로 알려주듯이, 해피 엔딩. 해피 엔딩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런 몇몇 사람이 전쟁을 끝낸다는 사실은 좀 우리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좀 이상해 보인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 중이니까. 거기처럼 몇몇 윗사람들만이 전쟁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처럼 전국이 이념과 남북으로 갈라져서 전국이 전쟁에 휘말렸던, 전선이 따로 없었던 전쟁을 했던 곳에서, "이 어리석은 전쟁을 끝내야겠군" 이라는 한 마디는 실제로 납득이 좀 가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2차 대전은 다소 어리석은 전쟁이었다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원작자가 살았던 유럽도 다소 그런 면이 있는 듯)

암튼,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무려 지금까지 300만이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 예전에 "나우시카" 나 "토토로" 를 불법 비디오 테이프로 보면서 이런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새 작품이 빨리 나오길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감동을 받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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