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

영화 2007. 6. 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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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CGV상암에서 보고 왔다. 몰랐는데, CGV상암에는 인디영화관이라고 이름붙여진 다소 작은 상영관이 하나 있었고, 그 곳은 현재 흥행영화들과는 별도로 인디영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는 듯 하다. 스크린이 생각보다는 좀 작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봤다는 것은 만족스러웠다.

"초속 5센티미터"는 3편의 단편 - "앵화초(桜花抄)", "코스모나우트", "초속5센티미터" - 으로 구성되었지만, 독립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시간 순서로 연결된 한 쌍의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 모두 그렇듯이 영화도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사실상 "별의 목소리"부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스토리의 변주곡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는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학창 시절의 첫 사랑,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 추억들.

유치해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테마를 신카이 마코토가 풀어가는 방법은 언제나 똑같다. 서정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나레이션, 훌륭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정말 아름답고 빛나는 일상의 이미지들. 이번 작품은 이런 것들을 거의 극한에 이르기까지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느낌이다. 전작들과 다르게 SF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고, 현대 일본을 무대로 한 것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는 파란으로 가득찬 드라마도, 극적인 변절도 갑작스런 천계도 거의 없습니다만, 결국 세계는 살아가는 데에 충분한 깊은 맛이나 아름다움을 여기저기에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현실의 그러한 측면을 필름 안에 잘라내, 다 보고 난 후 익숙한 풍경이 평소보다 빛나 보여 오는, 그런 일상에 의한 작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말에서

분명히 말해서, 신카이 마코토가 표현해낸 빛과 이미지들 - 하늘과 구름과 태양 그리고 그 빛을 받아서 빛나고 있는 많은 일상의 사물들 - 은 정말 아름답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교실의 책상들, 편의점, 전신주같은 정말 흔하디 흔한 풍경들마저도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내가 주의깊게 보지 않고 흘려보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조차 들게 만들 정도니까.

하지만,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나레이션에만 의존하다 보니까, 이야기 구조는 당연히 약하다. 처음 두 에피소드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고, 3번째 에피소드는 거의 통째로 주제가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의 뮤직비디오 형식을 취하고 있기까지 하니까. 그러다보니, 1,2번째 에피소드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3번째에서 제대로 마무리되고 있지 않는 듯한 느낌이 다소 있었다. 어차피 이야기를 보는 영화가 아니니까, 이미지를 통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니까 상관은 없다. 그리고 이 노래, 아주 괜찮다.

암튼, 아주 큰 스크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혼자서 컴퓨터의 모니터로 - 소리는 헤드폰으로 듣는 - 보는 것보다는 정말 훨씬 좋았다. 앞으로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극장에서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속 5센티미터 공식 홈페이지: http://5cm.yahoo.co.jp/index.html
초속 5센티미터 한국 공식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chosok5cm
신카이 마코토 홈페이지: http://www2.odn.ne.jp/~ccs50140/

아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온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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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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