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굉장히 굉장히 멀리 또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지만 마음만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작품은 신카이 마코토라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가 혼자서 - 음악은 제외 - 7개월동안 만들어 낸 30분 정도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혼자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캡쳐한 장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상의 퀄리티는 아주 훌륭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봤다면, 아마 이걸 혼자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KBS 애니메이션 특집(그야말로 특집 편성으로 원래는 영화를 할 시간대였던 것 같다)에서 얘기를 듣고 봤기 때문에, 보면서 아주 놀랬던 것 같다. "정말 이걸 혼자 만들었다고?"..
있잖아 우리들은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지게 된 연인들 같아
주인공은 노보루와 미카코라는 이름의 소년,소녀이다. 이들은 중학교를 같이 다니는 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미카코가 UN 우주 원정대의 파일럿으로 뽑히면서 둘은 기약도 없이 헤어지게 된다. 휴대전화의 메일을 통해서 서로 소식을 주고 받지만, 미카코가 점점 지구에서 멀어지게 되자 메일이 도달하는 시간도 길어져서, 결국 마지막 메일은 미카코가 보낸 지 8년 만에 노보루에게 도착하게 된다.
있잖아 난 말이야
그리운 것이 너무 많아
여기에는 아무 것도 없거든
예를 들면 말이야
예를 들면
여름을 동반한
시원스런 비라든가
가을바람의 내음이라든가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라든가
봄 흙의 부드러움이라든가
한밤중 편의점의 평온한 분위기라든가
그리고 말이야
방과후의 서늘한 공기라든가
칠판지우개의 냄새라든가
한밤중 트럭이`지나가는 소리라든가
소나기 내리는아스팔트의 냄새라든가
그런 것들이
나는 줄곧
미카코와 함께 느끼고 싶었어
연인들이 주고 받는 메일들은 정말 "별의 목소리"라고 부를 만하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아름다운 화면과 어우러져서 시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바로 위에서 인용한 마지막 메일 장면에서는 정말 두 연인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글과 아름다운 화면에만 의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이라는 한계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는 정교하지 못하다. 특히 아름답고 세밀한 이미지에 비해 인물의 이미지 표현은 좀 아쉽다. 그나마 미카코는 여러가지 표정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있지만, 노보루의 경우는 거의 표정이 없이 몇몇 이미지(익숙하다 못해 진부한)들에만 의존하다보니 다분히 유치하고 또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거기다가 스토리에서는 UN군 부대와 그 출동에 대한 목적 등이 거의 표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왜 저런 일이 발생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하게 된다..(에반게리온도 아닌데 왜 어린 소녀가 파일럿으로 뽑혀야 하는건지...-_-;;;) 결과적으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과 기다림을 우주를 넘나드는 휴대전화 메일로 표현했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참으로 훌륭했다고 보지만, 그것을 단편의 길이에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가 좀 약해진 것 같고, 아마 이 점은 신카이 마코토 자신도 잘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약점들을 덮을 수 있을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다. 훌륭한 색채를 보여주는 이미지들과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이 똑같은 의미로 다가가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유치하고 미숙하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많은 보편적인 미(美)를 이 영화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신카이 마코토라는 한 사람이 7개월간 혼자서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정말로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유치한 비전이나 상상일지라도, 미적인 형태로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참조: 위키백과 "별의 목소리"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