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얀 거탑"이 막을 내렸다. "환상의 커플"이후로 내가 드라마에 재미를 붙인 듯... 암튼 매우 재밌게 봤다. 생각해보니 "발칙한 여자들", "환상의 커플" 그리고 "하얀 거탑"으로 이어지는 MBC 주말 드라마들이 다들 괜찮았던 것 같다. 전형적이다 못해 뻔하기까지 한 기존 우리나라 드라마들과는 아주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드라마들이었고, 그래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하얀 거탑"은 많은 훌륭한 점이 있는 드라마였지만, 내 생각에 가장 훌륭했던 점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였던 것 같다. 주연인 김명민과 이선균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정길과 김창완, 변희봉, 이희도, 정한용 등의 연기도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그리고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역할들에서도 아주 훌륭한 연기자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 - 변호사 역의 손병호라던지, 노민국 역의 차인표, 억울한 희생자인 권순길 아내 역의 김도연, 그리고 장준혁의 어머니로 나온 정영숙까지.. 실력있고 검증된 연기자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나온 드라마는 정말 처음이었다.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 초호화 캐스팅이다. 특히 초반 외과 과장 선거에서 보여준 이희도, 정한용 등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이 정도의 연기를 이끌어 낸 연출팀에게도 당연히 박수 갈채가 있어야 하겠지만.
암튼, 연극이나 영화에서가 아니라 TV에서 이런 훌륭한 연기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실 최근 미국 드라마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일단 연기자들의 퀄리티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 나라의 드라마도 이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그런 수준에 근접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연기자들의 수준이 낮다기 보다는 스타 위주로 드라마 캐스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스타 없이 드라마의 퀄리티로도 충분히 흥행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앞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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