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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승리 레니 리펜슈탈 감독, 아돌프 히틀러 출연/기타(DVD) |
전 하비스트 편집장이었던 이대영씨는 자신의 책 "알기 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의 서문에서 제2차대전은 역사적으로 아주 드물게, 선과 악이 꽤 뚜렷하게 구분되었던 전쟁이었다고 쓴 바 있다. 그리고 그 "악"이 가리키는 바는 다름아닌 나치 독일이다. 이 영화 "Triumph of the Will(의지의 승리)"는 그 악의 제국 나치가 절정을 누리고 있었던 1934년 독일의 뉘렌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기록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현대의 극영화 못지 않은 수많은 기교들 - 200대가 넘게 동원했다는 엄청난 수의 카메라로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 트랙을 동원한 카메라 이동, 바그너의 장엄한 음악에 리듬을 잘 맞춘 편집등 - 을 이용해서 일반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답고 장엄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나치 전당대회를 영상에 담은 것이 아니다. 나치 전당대회 자체가 이 영화의 제작을 고려해서 계획되었고, 그에 따라서 일반적인 기록영화가 흉내내기 힘든 경지의 영상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당시 나치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 박사는 이런 대중 선동의 천재였고, 이 영화도 물론 그런 선전 정책의 일부였다.
선전 정책의 산물이긴 해도, 이 영화는 그냥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선전 영화를 넘어서 시대를 앞선 성취를 이루어낸 작품이다. 사실 모든 영화는 언제나 특정한 의도를 보는 사람에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선전의 의도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의도를 너무나 분명하게 그리고 너무나 매혹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완성도는 뭐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믹 재거가 레니 리펜슈탈을 만났을 때, 이 영화를 15번 이상 봤다고 말했다는 모양인데.. 나도 믹 재거처럼 이 영화에 매혹당한 것 같다.
레니 리펜슈탈이 영화를 연출한 레니 리펜슈탈은 여성 감독이다. 유망한 무용가였지만, 공연 도중 부상으로 무용가의 캐리어를 마치게 된다. 그 뒤에는 배우로 활동을 했으며, 주로 산악 관련 영화에서 주연 여배우로 활약했다고 한다. 미모도 뛰어나지만, "나치와 일한 유일한 여성"이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활동적이며 강인한 여성이었던 것 같다. 산악 영화를 찍을 때에도 직접 바위를 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72세에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서 해양 다큐멘터리를 찍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생애 내내 보여준 여성이었다.
레니 리펜슈탈은 이 영화 외에도 베를린 올림픽을 기록한 "올림피아"를 제작했었는데, 이 영화 또한 대단한 걸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올림피아의 일부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뉴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역주 장면이 모두 이 "올림피아"에서 발췌된 장면인데, 클로즈 업과 그림자를 촬영하는 등의 기교를 사용해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독일의 패전 이후로 전범 재판을 받긴 했다. 하지만 단순 협력이었다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물론 그 나치 이미지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완전히 추방되었다. 그 후로는 사진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후에 고백하길, 나치에 매혹되었었지만(Fascinated) 정치적으로 자신은 소박했고 무지했을 뿐이라고 말했단다. 사실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실제 그 당시 독일에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고, 우리나라의 친일이나 독재에 협력한 사례들에서도 유사한 케이스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다고 해서 죄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치의 선전 정책에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전쟁 후에 자신도 매우 고통스러워 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하니..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무너뜨리거나 파괴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 고통은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이것은 너무나 큰 짐이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하는 적은 적절하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 부족한 표현입니다."
- 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 본문중에서(출처:
알라딘)
위키피디아에서는, 레니 리펜슈탈 자신이 자신이 만든 영화가 선전정책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기록도 물론 있다. 사실 이게 좀 더 신빙성있어 보인다. 아무튼, 대단한 여자다. 잘못된 때에 잘못된 곳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약 이 여자가 현재에 태어났더라면 뭔가 엄청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돌프 히틀러이 영화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모습은 바로 아래 캡쳐한 화면이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아주 낮은 앵글에서 보는 히틀러는 하늘과 어울려서 마치 신과 같은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거수한 모습이 보여주는 카리스마까지..
그리고 이 영화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데, 역시 대단히 웅변에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동안 최고의 선동가로 알았던 괴벨스 박사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느꼈다. 나는 전혀 독일어를 알아 듣지 못하지만, 히틀러의 연설은 확실히 힘이 있었다. 손을 사용한 동작도 힘이 있었고, 특히 그 표정에서는 자신의 말에 100%확신을 하면서 연설을 한다는 자신감과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하긴, 그랬으니 나치의 일인자가 되었던 것이었겠지만.. 하지만 당연히 그 연설은 지금 우리에게는 정말 섬뜩하게 들릴 뿐이다.
나치의 주요 인물들나치 전당대회이니만큼 당연하게 나치의 주요 인물들이 이 영화에는 모두 출연한다. 유명한 몇 명만 캡쳐를 해 봤다.
훗날 공군장관이 되는 헤르만 괴링. 엄청난 부호 집안 출신으로, 초창기 나치의 자금줄을 맡았다. 그 결과로 히틀러에 이은 2인자가 되었는데, 검소하게 살았던 다른 나치 지도자들과 달리, 나치 통치 기간 동안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전후에 그의 저택을 뒤졌더니 엄청난 양의 유럽 미술품들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나치의 선전상 조제프 괴벨스. 역시 선전,홍보의 대가답게 연설도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들로 넘쳐있었다.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날 가족과 함께 역시 자살했는데,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가면 끔찍한 그의 사체를 볼 수 있다.
나치의 제 2인자 루돌프 헤쓰. 이 인간은 나중에 권력 싸움에 밀려서 그거 만회한답시고, 단신으로 영국에 가서 평화협상을 하겠다고 설치다가..체포되었다. -_-;;; (물론 점쟁이가 시켰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도 다분히 신빙성이 있다. 히틀러를 포함한 나치가 성배같은 비의적인 것들에 집착한 것은 유명하다) 그리고는 전범 재판에서 종신형받고 감옥에서 죽었다. 독일의 네오 나치가 이 인간을 정신적 지도자로 생각한다는 얘기가 있다.
SS, SA 사열 그리고 폰 힌덴부르크 추모식아래 캡쳐는 SS(친위대), SA(돌격대)의 사열 장면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장엄하고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엄청난 수의 SA, SS대원들의 대열사이로 히틀러와 SS지도자 하인리히 히믈러, SA지도자 룀의 세명이 전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이었던 힌덴부르크를 추도하기 위해서 걸어가는 장면인데, 아주 높은 곳에서 전경을 다 잡으니까 꽤 멋지게 보인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스타워즈 1편에서 루크와 한 솔로가 훈장을 받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반지의 제왕 등의 여러 영화들의 장면들이 이 씬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나치에 환호하는 독일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때만 해도 아직 전쟁을 일으키기 전이었고, 나치의 정책으로 인해서 독일의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을때라, 나치와 히틀러의 인기는 상당했던 것 같다. 많은 장면에서 히틀러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장면들에서 생생한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아래 저 활짝 웃는 소녀는 전쟁 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엄마와 함께 하일 히틀러의 경례를 하는 저 꼬마의 나머지 인생은 어땠을까. 언제나 저런 생생한 표정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이 바로 이런 기록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참조 웹페이지아돌프 히틀러(영문 위키피디아) 레니 리펜슈탈(영문 위키피디아)조제프 괴벨스(영문 위키피디아)루돌프 헤쓰(영문 위키피디아)헤르만 괴링(영문 위키피디아)의지의 승리(영문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