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2

영화 2006. 10. 27. 03:55

사실 1편보다 "英雄本色"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이 2편이다. 겨우 3명이 수백 명의 적들이 기다리고 있는 저택으로 당당하게 찾아가서,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투 속에서 결국 배신자를 처단하고,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소파에서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그것이 바로 영웅의 모습이다.

이 영화는 내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영화이다. 1편과 2편 합쳐서, 아마도 수십 번은 족히 봤을 것이다. 1편은 개봉 당시에 보지 못했지만, 2편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았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내에 조그만 재개봉관이 하나 있었는데 가끔 이 영화 1,2편을 동시 상영할 때가 있었다. 그것도 또 혼자 가서는 1,2편을 한꺼번에 연속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틈만 나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서 봤을 것이다. 당연히 1,2편을 같이 빌려서 한꺼번에 봤던 적이 많다.

이번에 3부작 DVD세트를 사면서, 또 2편을 보게 되었다. 2편을 먼저 본 이유는, 사실 1편은 이미 DVD를 사서 봤기 때문이다..-_-;; 하지만 현재는 2편은 DVD를 따로 구할 수가 없다. 오로지 3부작 세트만이 있을 뿐..^^;; 예전에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2편이 1편보다 주윤발이라는 배우가 더 멋지게 나오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영웅본색 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장국영도 적룡도 아닌 바로 주윤발이다. 1편에서도 멋지지만 배신당한 후의 만신창이가 된 모습은 사실 좀 주윤발답지 않은 모습이다. 그에 비해 2편에서는 그냥 멋지게만 나온다... 1편에서 죽은 소마(맞나?)의 동생이라는 설정인데, 형보다 더 밝고 약간은 장난기있는 캐릭터여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2편에서 나오는 약간의 개그는 모두 주윤발의 몫이고, 그런 것들이 실제 1편의 캐릭터보다는 주윤발이라는 배우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전에 "방탄승"인가 하는 이상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니 이제는 꽤 늙어버리셨던데.. 암튼 영웅본색2는 정말 주윤발을 위한 영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코트를 입고 성냥을 씹는 이미지는 다 2편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여자분들은 장국영이 죽는 모습에 안타까워했겠지만...

스토리 면에서 보면, 1편보다는 힘이 없다. 1편에서 정말 가슴을 울렸던 의리나, 형제애 등은 이 2편에서는 찾기 힘들다. 스토리도 엉성한 데가 많고 - 따지고 보면 한이 없다. 장국영을 쏜 다음에 바로 차를 돌려서 장국영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 조직 사람들이 아무도 몰랐을까 라던지, 갑자기 뜬금없이 나온 그림(만화?) 그리는 할아버지 라던지 - 무엇보다도 사실 너무 경쾌하다..-_-;; 1편과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1편은 홍콩 느와르(사실 이것도 뭔가 개념을 잡기는 참 모호하지만)라고 말할 수 있지만, 2편은 액션 활극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글의 처음에서 말했듯이, 후에 첩혈쌍웅에서 더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되는 장대한 전투씬 - 소수의 영웅이 수십, 수백의 떨거지들을 상대하는 - 이 바로 이 2편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고 (다들 아시는 정소동 무술 감독의 작품이다) 장엄하게 느껴지는 첩혈쌍웅보다 더 박진감이 있다는 것이 이 2편의 장점인 것 같다. 거기다가 서비스로 적룡 아저씨의 칼솜씨까지...ㅎㅎ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몸을 던져서 뭔가를 해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바보같은 미련한 행동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숭고함이나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영웅본색 2편의 주인공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유치한 10대에게는 그 이상 멋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말하는 것이다.ㅎㅎ) 그리고, 지금 다시 봐도..역시 멋지다..-_-;;




영웅본색 3부작 콜렉션 일반판 뉴패키지 박스세트 (dts 3disc)
오우삼 감독, 주윤발 외 출연/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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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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