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전사

영화 2006. 3. 11. 23:15

존 맥티어넌 감독을 좋아한다. "다이 하드", "프레데터", "붉은 10월" 등의 액션물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이다. 위 세 편의 영화를 만들 때 까지만 해도 스타감독이면서도 영화를 매우 잘 만드는 감독이었는데, "라스트 액션 히어로"의 처참한 대실패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듯, 영화들이 좀 그렇다...

이 사람이 연출한 "13번째 전사" 라는 영화가 있다. 스토리가 아주 황당한데, 10세기 경, 지적이고 교양있는 한 아랍인이 지저분하고 미개한 유럽에 와서 겪는 모헙담을 다룬 영화이다....-_-;; 음, 요즘은 지적이고 교양있는 유럽, 미개한 아랍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저렇게 정반대이던 때도 있었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그 지적이고 교양있는 아랍인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기도를 드리면서 하는 말인데 아주 인상깊었다.

"생각하여야 했으되 생각하지 못한 모든 것들,
말하여야 했으되 말하지 못한 모든 것들,
행하여야 했으되 행하지 못한 모든 것들,
신이여 용서하소서"

영화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말이었던지라..
모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

중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유럽애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걸 들으면서 그 유럽말을 익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씬은 정말로 맥티어넌다운 장면이었다....
그 외에는 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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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보이

영화 2006. 3. 11. 23:14

스팀보이 (3disc)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대원DVD








"아키라" 그 후 16년

고등학교 때 해적판 비디오로 봤었던 "아키라"는 정말 충격이었다. 세기말의 디스토피아 적인 환상이 가득 담긴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 뿐 아니라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가뿐히 넘는 퀄리티의 비주얼까지, 거의 10년 정도는 앞서나갔던 선구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중 하나가 되었고, 이 작품 단 한편으로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그런데, 이 작품 이후로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메모리즈"에 참여한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 사이에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다 이사오, 오시이 마모루 등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했는데..


제작 기간 무려 9년

그러다가 드디어 작년에 16년만의 신작 "스팀 보이"가 드디어 공개가 되었다. 무려 제작기간이 9년(!!!), 그리고 제작비가 2천만 달러 이상(!!!)

작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일본 홍보 사이트를 봤는데,(일본에선 작년에 개봉) 이 제작기간과 비용을 보고 좀 많이 놀랬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애초 계획했던 기간은 이렇지 않았겠지만... 오오토모 가츠히로는 심할 정도로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아마 제작 중에 계속 일정이 늘어났을 듯.. 하지만, 이렇게 일정이 지연되었는데도 결국 완성될 때까지 아무도 포기하질 않았다는 것이 대단하다. 아니면 원래 일정이 9년이었을지도...


퀄리티

뭐 암튼 9년을 공들인 애니답게, 비주얼의 퀄리티는 환상적이다. 2D와 3D가 거의 대부분의 화면에서 같이 쓰이고 있는 것 같은데, 대충 만들었을 것 같은 화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초반부의 추격씬과 후반부의 "스팀의 성" 부분의 퀄리티는 거의 압권이다.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만큼 굉장한 박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왠지 아키라와 유사해보이기도 한다. 아키라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은 바이크 추격씬(바이크의 라이트를 마치 사진에서 셔터를 오래 누른 것처럼 길게 늘어지는 장면.. 이 장면은 아직도 기억날 정도)과 후반의 테츠오 폭주 장면, 대폭발.. 장면. 뭔가 유사하긴 하지만, 이 정도야 뭐…^^

증기, 물, 얼음 등의 표현은 거의 극사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 정말 리얼했다. 마지막 얼음이 녹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어린이가 마치 거대한 꽃처럼 보이던 얼음의 아주 조그만 부분을 건드리자마자 전체가 마치 눈처럼 녹아내리던..장면...

오시이 마모루의 영화도 비주얼의 퀄리티는 끝내주지만 (특히 올해 개봉했던 이노센스) 그것보다도 더 나았던 것 같다. 오시이 마모루는 3D를 더 많이 써서 섬세해보이지는 않는 듯...



재미? 모험 활극

그런데, 오오토모 가츠히로가 이번 작품에선 "재미"를 한번 추구해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하던 짓을… 그런데 내 생각에는 실패한 것 같다...^^;;

솔직히 스토리가 좀 9년간 만든 것 치고는 별로다. 아주 허접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뭐 그렇다고 미야자키 하야오나 다카하다 이사오의 통찰력 넘치는 멋진 스토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키라"를 만든 감독이라면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줄 줄 알았다...

문제는 할아버지/아버지의 대립구도이다. 순수한 과학을 얘기하는 할아버지와 실용주의를 얘기하는 듯 하면서 결국 무기를 만드는 아버지는 실제 역사적인 흐름과도 동일하다. 이제는 손자가 그런 역사를 이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가야 한다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라면 정말 동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이렇게 재미없게 해도 되냐고....ㅜ.ㅜ 좀 그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우리 귀여븐 스칼렛 오하라양 반만이라도 매력있게 나왔다면 하는게 좀 아쉬움이다.

그런데, 스칼렛 양은 귀엽기도 한데, 결국 후반부엔 사이몬만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보낸다는... 뭐 그런 모습이 그 전에 보여주던 매력적인 모습들 다 깎아먹긴 했지만, 영화에 재미는 좀 붙여줬다. (이게 그래도 좀 우리 오오토모 감독님께서 재미를 위해서 노력하신 것일 듯…) 개인적으로 스칼렛양 최고의 대사는 세일즈 하고 있던 사이몬에게 했던 대답이다. "기왕 할거면 이기세요…" -_-;;;;

그리고, 스토리는 메모리즈의 세번째 에피소드가 훨씬 낫고, 아키라에 비하면 좀 심하게 못하다.


결론

스토리? 꽤 실망했다.

비주얼?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실망스러움을 덮고도 남았다.^^

제발 다음 영화는 좀 빨리 만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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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h Boys

음악 2006. 3. 11. 23:08



로저와 나"라는 영화가 있다.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미시건주 플린트(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의 General Motors 공장이 회사 방침에 의해 폐쇄된 후 그곳에서 해고된 플린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해고로 인해 실직당하고 상심해 있는 사람들 모습 위로,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가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다. 비치 보이스의 경쾌하고 밝은 하모니와, 정반대로 상심해있는 사람들의 힘없는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요즘 여름이라....(휴가는 꿈도 못 꾸고 있지만서도..-_-;;;)
다시 비치보이스를 듣고 있다.


California Girls
I Get Around
Catch a Wave
Fun Fun fun
Wouldn't It Be Nice?
Sloop John B
Surfin' USA
Good Vibrations
CoCoMo...


여전히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 말처럼, "미국의 가장 좋았던 시절"을 보여주는 밴드라서 그런 것일까?
비치보이스는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당근 못 가봤지만.... U2의 누군가가 "비치보이스처럼 기억되고 싶다"라고 했다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되면서도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운 것일까?

"Sloop John B"가 실려있는 "Pet Sounds" 앨범은 비틀즈에게 자극받아서 만든 이른바 "컨셉 앨범"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에 또 자극받은 비틀즈는 불후의 명반 "Sgt Pepper's..."를 제작했고...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은 비틀즈에 많은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Sgt Pepper's.."는 Pop/Rock 역사상 불후의 명반이 되었지만, "Pet Sounds"도 그에 못지 않다. 롤링 스톤지라던지, 여러 음악 매체에서 All time best 1,2위로 선정될 정도이니까..
아마존의 누군가는 독창적이지 않기 때문에(비틀즈에게 영향을 받았음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All Time Best는 무리가 아니냐라고 리뷰에서 쓰기도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Pet Sounds" 앨범 뿐 아니라 전 캐리어를 통해서 보여준 위대하고 아름다운 중창 하모니는 유니크할 뿐 아니라 "All Time Best"로도 손색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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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행성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황금가지





"
사실 우린 우리 동족들에게 속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알지 못해요. 우리 조상들은 곳에 오면서 연맹의 법을 지키겠다고 맹세했고, 법은 원주민이 사용하는 물건과 다른 많은 것들을 쓰지 못하게 했거든요. 문화금제라는 것이죠. 우린 때가 되면 당신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작정이었어요. 바퀴 달린 수레라던가, 그런데 배가 떠나버렸죠. 여기에 남은 동족은 얼마 되지 않았고, 연맹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고, 무렵엔 당신네 부족들 사이에 적이 많았어요. 법을 지키면서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던 , 알고 있던 바를 지키는 것은 힘든 일이었죠.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던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 지도 몰라요. 그것도 없는 일이었죠."

이 행성은 두 다른 부족이 있는데, 한 부족은 원주민이고 다른 종족은 발달된 다른 행성(지구?)에서 온 부족이다. 그런데 이 지구에서 온 부족은 이 "문화 금제" 때문에 원주민들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있다. 이 소설은 이 두 부족이 외부의 침략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서로 융화되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열게 된다는 얘기이다. 굉장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너무나 섬세하게 각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는 원래도 좀 그런 편이긴 한데, 아주 깊숙히 동화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실 하나 좀 납득이 안 되는 건 과연 "문화금제"라는 것이 지킬 수 있는 법인가 하는 것이다. 이들 부족이 아무리 유배를 왔다고 하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 지구 상에서 인간은 적어도 기술, 도구라는 측면에서는 단 한번도 퇴보한 적은 없다. 무언가를 알게된 인간은 절대로 그 이전, 알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예전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슬픈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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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도 중요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사나이의 길이다.
시도 좋으나 서재에서 시만 짓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사나이는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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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2006. 3. 11. 15:12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 괜히 다른 사람들 다 보는데 나만 안 보면 좀 두렵기도 하고..^^;; <푸코의 진자>에 나왔던 성당기사단을 다룬 소설이라니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실은 알라딘 책 소개 페이지에서 봤던 "형식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하지만 <장미…>가 그레고리안 성가나 바하의 음악 같다면 이 소설은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라는 말에 혹했다. "음..그렇다면, 훨씬 진도가 잘 나가겠군" 이라고 생각했던 것...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읽은 다음에 내린 결론은 움베르토 에코와 비교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거다. 누군가의 블로그에는 "그건 모차르트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라고...

실제로 진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마치 예전에 <링> 시리즈를 읽을 때처럼 끝까지 한 숨에 읽어버렸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이 스토리 자체가 매력이 있다던지,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던지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결말 부분에는 작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을 계속해서 시도를 했지만 별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똑같이 절름발이가 진범이지만, <유주얼 서스펙트>쪽이 훨씬 낫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예수의 성배와 성당 기사단 등에 대한 얘기들도 뭐 놀랍지는 않다. <푸코의 진자>에서도 다 나왔던 얘기였고, 인터넷 등에서 떠돌아다니는 음모론 얘기 중에는 더한 얘기들도 많으니까...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이다 보니 교황청이나 우리 나라 기독교계에서도 이 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로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할 뿐 아니라, 그대로 믿을 사람들이 많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성배"가 여성성에 대한 은유이며, 교황청에 의해서 은폐되고 무시되었다라는 게 사실 여기서 말하는 성배에 대한 진실인데, 여기 대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종 비평이나 블로그 등에서도 언급을 하고 있듯이, 그런데 왜 소설에는 여자 특히 소피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크지 않은가라는 비판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런 철학에 기반해서 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건 분명해 보이니까. 그냥 배경으로만 쓴 것일 뿐..

아무튼, 에코랑 비교하지 않고 지적 호기심 등의 생각도 버리고 편안하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영화가 나올 테니까, 영화를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 생각으로는 영화가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더 압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그리고 더 서스펜스 넘치는 스토리로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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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튼

2006. 3. 11. 15:07


<마스터 키튼>을 다시 봤다. 뭐 다들 알겠지만, 스토리의 뼈대는 고고학자이면서 보험조사원인 키튼이라는 사람의 모험담이다. 우리들이 잘 접하지 못하는 고고학과 관련된 얘기나 아랍이나 동유럽, IRA등에 대한 얘기 등 다양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어서 꽤 재미가 있다. 겉으로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실은 특수부대 출신의 영리하고 신체적인 능력도 꽤 있는 주인공(이 점에서는 약간의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도 그나마 개성적이고..

주인공 키튼은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에서는 멋지게 보험조사원 임무를 완수해내지만, 스토리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그의 꿈인 도나우 고대 문명은 고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 학설이기 때문에, 시간 강사로만 출강할 수 있을 뿐 정식 교수가 되지 못한 실패한 사람이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대학의 어떤 세력있는 교수가 키튼의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출간할 수 있게 해주면 키튼을 교수에 임명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고민 끝에 거절을 하고 만다.

"하얀 여신" 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도나우 문명의 여신에 대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는데, 실제 모계 사회의 존재 여부나 모계 사회가 실제로 여성이 존중되던 사회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이 만화는 픽션이지 고고학 논문이 아니니까 그런 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결국 이 것 또한 상징적으로 언제나 키튼이 약한 소수를 위해서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도 거기 속해있기 때문에..)

키튼은 뛰어난 군인이지만 거의 총을 쓰지 않을 뿐 더러,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보면 총을 잘 쓰지도 못하고 쓰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웁니다. 옛 사람들의 도구와 지혜를 써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이겨 나간다. 이 만화에서의 싸움은 언제나 훈련된 군인 혹은 그런 류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결이지만, (마치 일본 학생운동에서 경찰-시위대, 혹은 베트남 전쟁의 미군-베트콩과 같은) 키튼은 언제나 지혜를 발휘해서 이겨낸다. 이런 설정은 참 멋지다.

그런데 나는 수많은 에피소드 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가족의 시간>이라는 에피소드인데, 스토리 자체는 별 것 없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 마지막에 대학 강사 자리를 못 얻은 키튼이 굉장히 실망해서 "지금은 대학에 가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 때 키튼의 아버지가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는 것도 멋진 일 아니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이 가족을 감싸는 듯한 여름 밤의 풍경이 펼쳐진다. 귀뚜라미가 울고, 밝은 보름달이 떠있는.. 이 만화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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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영화 2006. 3. 11. 14:59


씨네 21에서 짐 호버먼이 "타이타닉 이후로 가장 정통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쓴 걸 봐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영화는 아주 정통적인 멜로 드라마이다. 두 연인이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물론 남녀 관계가 아니라, 남남 관계라는 것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에니스 델 마" 역을 맡은 히스 레저가 참 인상에 많이 남는다. 처음 이별 때 벽을 치면서 통곡하던 장면이나 이별 후 첫 만남을 창가에서 하염없이 밖을 쳐다보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묵하고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또 그래서 결국 억제된 사랑과 욕망으로 인해서 가끔 매우 폭력적이기도 한 사람이고, 또 그만큼 사랑이 깊은 - 연인 잭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천사들인 두 딸에 대해서 - 꽤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였던 것 같은데, 훌륭하게 연기해낸 것 같다.

영화는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그 두 연인의 일상을 많이 보여준다. 그 둘은 모두 가족을 갖게 되지만, 그 가정 생활이 당연히 해피 엔딩이 될 수는 없었다. 둘은 계속해서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에게도 그 둘의 만남은 상처가 된다. 이 영화는 그걸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보편성을 얻고,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동성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사람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예전의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도 그랬고, "와호장룡" 도 그랬지만, 이안의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난 후에 가슴에 남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주위의 누군가의 실제 삶을 영화로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허상인데도,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마치 우리가 느끼는 듯 하다. 같은 아시아인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도 흥행이 잘 되었다고 하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 같긴 하다. 아무튼 훌륭한 영화를 봐서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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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CGV구로에 갔었다.
농구 동호회에 이번 주에 가입을 해서, 농구화도 한번 볼까 하고 CGV가 있는 애경백화점 스포츠 샵에 갔었는데, 나이키 매장에서..기절할 뻔 했다..
바로
꿈에도 그리던 Air Jordan 9...

물론 그자리에서 바로 질러버렸다...^^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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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이 언론사 기자 한 명을 고소했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사에 실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들 누군지 알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이다. 내가 볼 때에는, 강양구 기자야말로 이번 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해서 가장 객관적이고도 엄정하게 기사를 썼다고 본다. 언론 플레이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던 다른 언론사들이야말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들로부터 고소를 받아야 마땅하다.


강양구 기자의 명문이다. 한번씩 읽어봐야 할 아주 빛나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http://www.greenreview.co.kr/archive/80KangYanggu.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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