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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짐작조차 안 되지만, 암튼 이 영화가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극장 개봉을 했다. 냉큼 달려가서 보긴 했는데, 사실 이 영화는 이미 거의 10년 전에 불법 비디오로 본 적이 있다. 단지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 뿐. (얼마 후에는 또 역시 오래된 영화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도 극장 개봉을 한다지 아마..)

이 영화에 대해서는 익스트림무비 블로그에서 자세히 다룬 두 편의 글 -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 王立宇宙軍~オネアミスの翼 (1987)>, <알고봅시다 - 왕립우주군> - 을 보면 대충 어떤 영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번 본 영화를 왜 또 극장까지 가서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나에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 나는 한때 <에반게리온>과 그 창작자 안노 히데아키의 빠돌이였다. -_-;; 이 영화에서 안노 히데아키는 아래 보이는 그림,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맡았다고 한다. 저거 그릴려고 NASA에까지 가서 로켓 발사 장면을 참관했다는 얘기가 있다.

둘째, 이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바는 바로 "순수한 열정" 그것이다. 익스트림 무비 블로그의 글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오사카 지역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이 뭉쳐서 만든 프로덕션 가이낙스의 창립작이다. 애니메이션에 미쳐있던 매니아들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 뭉쳐서 만들어낸 열정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는 그러한 자신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군국주의 일본을 연상시키는 한 가상의 왕국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 유일한 군대인 왕립우주군. 그리고 순수하게 단지 우주를 비행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를 위해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아마도 가이낙스 자신들의 자화상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마지막 장면, 로켓 발사 지역 근처에서 전투가 개시되고,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도 결국 모두의 힘을 모아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감동을 느꼈다. 열정이 주는 감동. 주위에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들을 볼 때 느끼는 감동과 아마 같은 종류의 것이었던 것 같다. 즉, 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가이낙스의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마치 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참 좋았다. 이게 나를 또다시 극장까지 이끈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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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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