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 월드컵 16강전,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의 16강전. 전, 후반 내내 이탈리아의 거칠면서도 노련한 플레이에 말려서 1-0으로 스코어와 경기 내용에서 모두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후반에 또다시 나쁜 버릇 - 1점 넣고 잠그기 - 이 나오고야 말았다. 성공할 수도 있었겠지만, 히딩크의 공격적인 선수 교체와 우리 선수들의 투지가 결합이 되면서 시합의 흐름은 완전히 넘어왔고, 결국 설기현의 동점골,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이 들어가면서, 이탈리아는 2년전 유로 2000 결승에서의 실패를 반복하고 말았다.(유로 2000 결승 이탈리아 - 프랑스 전은 이 16강전 경기와 붕어빵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코어도 2-1, 연장 골든골)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 이탈리아는 100% 전력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탈리아 수비의 핵심인 두 중앙 수비수가 부상으로 결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파비오 카나바로와 알레산드로 네스타. 설기현의 동점골을 다시 보면, 황선홍이 아주 애매하게 공을 페널티 지역으로 올린 것을 두 센터백 - 율리아노와 파누치 - 이 당황해서 제대로 걷어내지를 못 했고, 그것을 설기현이 기막히게 슛을 하면서 그 부폰도 꼼짝못하는 골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만약 거기에 카나바로와 네스타가 있었다면? 지나간 일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아마도 막아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약간은 상반되는 캐릭터의 두 선수지만 - 파이터 스타일의 카나바로와 얌전하지만 우아한 네스타 - 이 두 선수가 지키는 이탈리아의 수비는 상대팀이 과연 골을 넣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거기다 골대에 부폰까지 있으면 정말 덜덜덜이다) 그리고 이 두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것이 우리 나라 팀에는 꽤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도 또 네스타가 쓰러졌다..-_-;; 그리고 또 다시 만난 히딩크.. 거기다 호주팀은 피지컬도 좋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압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후반 초반에 나온 네스타의 대역 마테라치의 레드 카드.. 마테라치도 좋은 수비수이긴 하지만, 체구가 크고 느리다. 그리고 그런 만큼 위험한 태클을 많이 하는 선수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마태클이겠는가) 결국 네스타의 공백이 이런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호주는 후반 내내 그 숫적 유리함을 살리질 못 했다. 그리고 히딩크는 연장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교체를 하지 않았다. 결국 교체 카드는 1장 만을 썼고, 2장을 쓰질 못했다. 아마 그것이 아주 아쉬웠을 것 같다. 마지막에 나온 결정적인 페널티킥이 이탈리아를 구했다.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심판의 콜 두 번 - 마태클 퇴장, 페널티 킥 - 은 조금 아쉬웠다. 마태클의 레드는 사실 옐로우로도 충분했던 것 같고, 페널티로 말하자면, 약간은 애매했다. 경기 종료 몇 초를 남기고 페널티 킥을 준다는 것은 그냥 경기를 끝내라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너무 애매했다.아무튼, 히딩크와 호주는 16강에 만족해야 했고, 이탈리아는 아주 큰 고비를 넘겼다. 호주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다. 만약 연장으로 갔다면, 히딩크의 남은 2장의 교체 카드가 무슨 기적을 일으킬 지 모르는 흐름이었다. 그런 점에서 MBC 중계 마지막의 자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축구는 때론 이 남자 - 히딩크 - 의 능력 밖이다".
* 얘는 이게 뭐하는 짓? ㅋㅋㅋ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_-;;상대팀 감독 앞에서.. (결국 히감독님한테 몇 대 맞았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