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볼란치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었다. 포르투갈어로 방향타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축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홀딩, 앵커, 디펜시브 하프 등의 여러 비슷한 단어들도 있다. 원래는 4-4-2 포메이션에서 다이아몬드 형으로 미드필더를 배치할 때, 가장 아래쪽 꼭지점에 있는 미드필더를 뜻하는 말이다. 원래 이 포지션은 그렇게 빛이 나는 곳은 아니다. 가장 아래쪽에 위치해 있고 수비 바로 앞에 있는 만큼, 수비 부담이 상당하다. 그리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사람 몸의 혈관과 같이 막힐 때에는 팀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경기 전체의 템포를 조절해야 하는 곳이니만큼, 많은 경험도 필요한 포지션이다. 결국 요구되는 능력은 많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까다로운, 아주 힘든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가 대표에서도,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기 위해서 그 아래에서 이런 역할들을 하는 볼란치에 김남일과 이호를 동시에 쓰는 - 그래서 더블 볼란치 - 전술을 쓴다고 그래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더블 볼란치의 교과서 격인 팀이 있다.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에는 이 볼란치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는 마켈레레 - 일명 마홀딩, 홀딩 미드필더의 교과서라는 뜻으로 많은 축구 게시판에서 쓰는 말이다 - 가 있고, 또 하나의 최고 수준 볼란치 비에이라도 있다. 최고의 공격 미드필더라고 볼 수 있는 지단은, 이 두 선수가 완벽하게 뒤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위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 날 경기에서도 이 두 선수의 위력은 대단했다.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보유한 브라질을 맞아서 이 두 선수는 상대의 공격을 끊고 그 볼을 지단에게 전달하면서, 경기를 완전히 프랑스 페이스로 가져왔다.
이 최고 수준 더블 볼란치의 지원을 받은 지단은 이 경기에서 정말 최고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 이 경기에서 보여준 몇 번의 볼 컨트롤 - 마르세유 턴도 한 번 보여주셨다 - 과 패스 등은 정말 왜 이 선수가 그 동안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는지를 알려주는 그런 플레이였다. 서형욱 해설위원의 말처럼 이 선수의 플레이를 동시대에 봤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자랑이 될 만한 그런 플레이였다.
반면 역대 최고의 팀이라는 브라질, 정말 실망이었다. 골 장면을 보면, 프리킥 찬스에서 많은 프랑스 선수들이 쇄도를 했는데도 겨우 3명의 브라질 수비수들만이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뒤에서 뒷짐지고 보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공격에서 뭔가 의욕적인 장면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경기 후 호나우지뉴의 말처럼 모두가 영웅이 되려고 개인 플레이만 펼치다가 프랑스의 벽에 걸려서 위협적인 장면은 하나도 연출하지 못하는 정말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주었다. 역시 브라질 최대의 적은 자만이라는 평가가 그대로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의욕이라고는 하나도 볼 수 없는 정말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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