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에 NHK 프리미엄 채널에서는 "その時 歴史が動いた" 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우리 나라 말로 번역을 하자면 "그 때 역사가 움직였다"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태평양 전쟁, 특히 ゼロ戦(제로센)에 대한 것이었다. 제로센은 零式艦上戦闘機의 약칭으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공격용 전투기였다. 실제로 꽤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투기여서, "동양의 신비"라고 불리기도 했고 많은 미군 비행기를 격추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특히 진주만에서 항공모함 위주의 일본 해상 기동대의 주력 전투기로 맹활약을 했다.
오늘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제로센의 설계자들이 본 비극" 이었다. 제로센은 매우 강력한 공격 성능을 가진 전투기이긴 했지만, 그 공격력과 기동성의 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즉 조종석 주위의 장갑등을 완전히 설계에서 빼버린.., 즉 기동력을 위해서 장갑과 내구성을 희생시킨 것이다. 결국 그것은 우연히 불시착한 기체 하나로 인해서 미국에 낱낱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제로센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미국의 F4F, F6F 등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이에 설계자들은 해군에 장갑을 보충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회의에 일본 제국 해군을 대표해서 나온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진주만 공습 계획"의 입안자 겐다 미노루 소좌. 이 회의에서 겐다 미노루 소좌는 장갑을 보충하자는 설계자들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리고 大和魂(야마토타마시)으로 우리 파일럿들은 그걸 극복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을 붙인다.
그리고 이미 미드웨이에서 정예 파일럿의 대부분을 잃은 일본 제국 해군은 마리아나 해전에서 제로센에 250킬로그램이나 되는 폭탄까지 실은 제로센을 신병 파일럿들에게 맡김으로 해서, 완전히 괴멸되게 된다. 그 후의 역사는 그 유명한 "카미카제"로 제로센은 단지 비행하는 거대하고 비싼 폭탄 정도로 전락하게 되버리고 말았다. 일본의 항복 이후에는 미군정에 의해서 모든 기체가 소각되어 버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태평양 전쟁은 아주 비정상적인 전쟁이다. 전쟁 발발 당시의 일본 해군력은 미국에 비해서 꿀리지 않고 오히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우월하기까지 했다. (항공모함을 이용한 전술 등) 그러나 전쟁은 그 시점의 군사 전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종합적인 국가의 전쟁 수행 능력에서 일본은 미국에 비해서 월등하게 뒤처졌었다. 일본 해군의 전쟁신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도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 이후, 주도권은 완전히 잃은 채 일본은 패배하게 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계속 진행했다. 그리고 그 황당한 전쟁의 감행 뒤에는 바로 이 제로센의 비극과 같이, 마치 조종석의 장갑을 설계에서 빼버린 것처럼 목적을 위해서 정도를 벗어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등의 추악한 면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