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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3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2. 2006.03.09 제로센의 비극

연합함대
남창훈.박재석 지음/가람기획



연합함대라는 용어가 좀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연합함대는 2차대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함대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중일전쟁이 시작되어 전시체제로 들어서자 1933년 5월에 연합함대를 상설화시켜 해산하는 일 없이 그대로 두었으며, 1937년부터 완전한 전시체제로 들어서면서 사실상 일본 해군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이 책은 진주만 공습부터 시작해서 미드웨이 해전으로부터 시작된 몰락까지의 일들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일본 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은 역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 장관일 것이다. 야마모토 장관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하라고 한다면 처음 반년이나 1년동안은 꽤 설칠 수 있겠지만 2년, 3년째에는 어떤 확신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부탁하건대 미국과의 전쟁은 피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라는 마치 미래를 내다본 듯한 말로 유명하고, 이 말로 인해서 사실 전쟁에 매우 반대한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바로 이 야마모토 해군장관에 대한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가 실려있다. "1933년 여름, 일본 해군은 야마모토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항공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당시 뇌격기는 전함에 가까이 접근한 후 어뢰를 발사하는 방식이었으므로, 명중률은 높았지만 그만큼 적함의 대공포화에 노출될 위험도 컸다. 이 때문에 그 후에 있었던 평가회의에서 시바다 대위는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먼 거리에서 어뢰를 발사하는 게 유리하므로, 이를 위해 먼 거리에서 명중률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전투기 역시 충돌할 정도로 근접해서 공격하는 것보다 일정거리에서 공격하는 게 더 합리적이므로 이것을 위해 무기의 개량과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분명히 타당한 의견이었지만 야마모토는 정신력의 해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 의견을 일언지하에 거부해버리고 말았다." 항공모함을 주력으로 하는 전술을 세계 최초로 썼다는 등의 이유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야마모토 해군장관이긴 하지만, 결국 근성을 강조하는 다른 일본군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그토록 강조했던 근성이 바로 일본의 패인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일본은 미국에 비해서 꽤 많은 부분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파일럿들의 숙련도가 아주 뛰어났다. 중일전쟁을 통해서 단련된 일본 해군의 파일럿들은 미국의 파일럿들에 비해서 아주 우수했으며, 제로센과 같은 전투능력이 뛰어난 기체들을 이용해서 확실한 제공권을 초반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따로 장을 두어 언급하고 있듯이, 이 우수한 조종사들을 일본군은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한 끝에 결국 전쟁 후반부에는 심각한 조종사 부족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반면 미군은 로테이션 시스템과 파일럿을 처음부터 장교로 임관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서 계속해서 우수한 파일럿을 배출했고 또 그 파일럿들이 많은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가 있었다. 일본군의 수뇌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근성은 "너는 소모품일 뿐이다"라는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아시는 것과 같다.

태평양 전쟁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끼쳤던 전쟁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강제 징용을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지금도 우리는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들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많은 일본인들도 사실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군 상층부의 잘못된 전쟁 결정, 자만심 가득한 전략, 그리고 전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을 소모품으로만 보는 잘못된 시각 등등이 일본의 패전을 낳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본인들이 원치 않는 죽음을 해야 했다. (식민지인 조선인, 대만인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특공(카미카제 자살특공을 말한다)에 대해서 볼 때면, 분노마저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아래 사진은 그 유명한 전함 야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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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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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센의 비극

기타 2006. 3. 9. 01:42


매주 수요일에 NHK 프리미엄 채널에서는 "その時 歴史が動いた" 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우리 나라 말로 번역을 하자면 "그 때 역사가 움직였다"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태평양 전쟁, 특히 ゼロ戦(제로센)에 대한 것이었다. 제로센은 零式艦上戦闘機의 약칭으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 공격용 전투기였다. 실제로 꽤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투기여서, "동양의 신비"라고 불리기도 했고 많은 미군 비행기를 격추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특히 진주만에서 항공모함 위주의 일본 해상 기동대의 주력 전투기로 맹활약을 했다.


오늘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제로센의 설계자들이 본 비극" 이었다. 제로센은 매우 강력한 공격 성능을 가진 전투기이긴 했지만, 그 공격력과 기동성의 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즉 조종석 주위의 장갑등을 완전히 설계에서 빼버린.., 즉 기동력을 위해서 장갑과 내구성을 희생시킨 것이다. 결국 그것은 우연히 불시착한 기체 하나로 인해서 미국에 낱낱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제로센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미국의 F4F, F6F 등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이에 설계자들은 해군에 장갑을 보충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회의에 일본 제국 해군을 대표해서 나온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진주만 공습 계획"의 입안자 겐다 미노루 소좌. 이 회의에서 겐다 미노루 소좌는 장갑을 보충하자는 설계자들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리고 大和魂(야마토타마시)으로 우리 파일럿들은 그걸 극복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설명을 붙인다.


그리고 이미 미드웨이에서 정예 파일럿의 대부분을 잃은 일본 제국 해군은 마리아나 해전에서 제로센에 250킬로그램이나 되는 폭탄까지 실은 제로센을 신병 파일럿들에게 맡김으로 해서, 완전히 괴멸되게 된다. 그 후의 역사는 그 유명한 "카미카제"로 제로센은 단지 비행하는 거대하고 비싼 폭탄 정도로 전락하게 되버리고 말았다. 일본의 항복 이후에는 미군정에 의해서 모든 기체가 소각되어 버린다.


내가 생각하기에, 태평양 전쟁은 아주 비정상적인 전쟁이다. 전쟁 발발 당시의 일본 해군력은 미국에 비해서 꿀리지 않고 오히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우월하기까지 했다. (항공모함을 이용한 전술 등) 그러나 전쟁은 그 시점의 군사 전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종합적인 국가의 전쟁 수행 능력에서 일본은 미국에 비해서 월등하게 뒤처졌었다. 일본 해군의 전쟁신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도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 이후, 주도권은 완전히 잃은 채 일본은 패배하게 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계속 진행했다. 그리고 그 황당한 전쟁의 감행 뒤에는 바로 이 제로센의 비극과 같이, 마치 조종석의 장갑을 설계에서 빼버린 것처럼 목적을 위해서 정도를 벗어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경시하는 등의 추악한 면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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