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스 토탈 사커에 존 듀어든이라는 영국인 칼럼니스트가 있다. 블랙번 서포터인 영국인이지만, 한국 K-리그와 한국 축구에 아주 애정을 갖고 멋진 글을 써주시는 분이다. 이 분이 월드컵을 앞두고 모국인 잉글랜드 대표팀에 대해서 썼던 글이 있다.


http://totalsoccer.news.empas.com/forum/pro/read.html?_bid=forum_john&asn=54&pt=1&sr=2&gr=2&p=2&o=0&d=0


마지막 문장 - 그러나 대다수의 잉글랜드인들은 표현을 안 할 뿐이지 마음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다. 잉글랜드가 챔피언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 이 압권이다. 나도 90년 월드컵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의 팬이고 이번에는 챔피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실 나도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네임 밸류는 최고 수준이지만, 그것만으로 우승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의 다른 팀에 비해서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이 경기는 그런 나의 생각에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현재 잉글랜드는 챔피언의 폼은 확실히 아니다. 그건 루니가 돌아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베컴 - 램파드 - 제라드 - 조 콜의 미드필드진은 완벽하지도 않거니와,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조합이 아니다. 거기다가 이 조합에 대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 문제는 저 조합이 현재 잉글랜드 국가 대표 최고의 조합이라는 것이고, 더 문제는 저 조합으로는 좋은 팀이 구성이 안 된다는 것이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첫번째 게임에서도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두 번째 이 게임에서 첫 게임의 성과가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단단한 수비 조직력과 근성을 보여주었고, 간간히 나오는 역습도 꽤 위력적이었다. 아약스, 네덜란드 대표, 레알 마드리드 등을 거친 노련한 레오 베인하커르 감독의 역량이 이 두 경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1무 1패로 탈락한 것이 아니니만큼, 마지막 파라과이 경기를 잘 치뤄내서 이 인구 100만명의 작은 나라가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을 한 번 보고 싶다.




그리고, 사실은 경기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크라우치의 첫번째 골은 아주 치졸하고 해서는 안 되는 파울이었다. 이 골에서 크라우치는 수비수 브렌트 산초의 긴 머리를 잡아 당겨서 방해한 후 자신은 키를 이용해서 헤딩을 넣었다. 이 골이 결국 계기가 되어서 잘 싸워오던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무너졌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골이는데, 실망이다. 리버풀의 선수라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쉽다.




그리고 제라드의 두 번째 골. 그건 멋있었다. 지난 FA컵을 비롯해서, 지난 챔피언스 리그의 골들까지, 중요한 순간에 멋진 골을 많이 만들어내는 제라드는 내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잉글랜드가 만약 우승을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제라드의 발 끝에서 극적인 골이 한 두개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골들을 예감하게 만드는 멋진 첫 골이었다. 바라건대 2골만 더 해주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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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은 약하지 않은 팀이다. 선수 전원의 패스웍이나, 개개인의 볼 키핑 능력등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팀이다. 하지만 항상 2% 부족한 점을 드러낸다. 모두들 - 일본팬들조차 - 포워드진을 탓하지만, 포워드진만이 욕을 먹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팀 전체적으로 박력이 부족하고, 어떨 때는 예네가 도대체 이길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월드컵을 보면, 일본팀은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를 맞아 아주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지만 마지막 자메이카와의 경기에서는 아주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줬었다. (반면 네덜란드를 맞아 5-0으로 대패를 당한 우리 나라 팀은 마지막 벨기에를 맞아서 그야말로 정신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멋진 경기를 보여줬었다.) 이 날 호주와의 경기도 마찬가지. 일본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호주도 사실 그다지 잘 한 경기가 아니었다. 마지막 8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히딩크의 팀답지 않은 면이 분명히 있었다. 경기 자체는 계속 주도했지만, 아주 답답한 경기를 보여줬다. 물론 일본도 그렇겠지만, 너무나 더웠던 날씨의 영향이 분명히 있기는 했을 것이다.


일본의 첫골은 사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야나기사와가 뒤에서 민 것은 심판이 못 봤을 수도 있었지만, 타카하라가 손으로 밀어 제친 것을 못 봤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 지역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도 키퍼 보호 구역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일본의 코마노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넘어진 것도 페널티 킥이 명백하다. 일종의 보상 판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보상 판정이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 게임은 오심이 많았고,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꽤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오심도 결국 경기의 일부이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히딩크는 또 다시 마법을 보여주었다. 후반에 카힐과 알로이시를 교체해 넣을 때, 많은 우리 나라 팬들은 이탈리아 전이 오버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교체는 또다시 성공했고, 우리 나라에 이어서 호주에서도 히딩크는 영웅이 되었다. 물론 지난 월드컵의 이탈리아 전의 교체는 지는 것보다는 이기기 위해서 할 건 다 해본다라는 것이었던 데 반해서, 이번 교체는 다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전날 멕시코가 보여준 것처럼, 처음부터 주축 선수들을 전반에 쉬게 해서 후반에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마지막 8분 사이에 3골을 넣어주면서 완벽한 용병술에 의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암튼 대단한 사람이다.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지만, 실적을 내고 있으니.. 이번 호주 대표는 조금 기대를 해봐도 될 듯 하다. 브라질은 모르겠지만, 크로아티아와는 한 번 해볼만 한 팀이기 때문에 좋은 승부를 기대하고 있고, 16강에 진출하는 것도 힘들지 않은 것 같다.



* 이 사진은 경기 종료 10분전 이기고 있을 때, 일본의 신문사에서 만들었던 월드컵 승리 호외
물론, 쓰지 못하고 전량 폐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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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골이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사비올라에게 연결된 리켈메의 패스는 그야말로 "킬" 패스. 그 패스 한 방으로 코트디부아르는 무너졌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리켈메였지만, 바르셀로나에 오기까지는 2년이나 걸렸었고, 적응에도 실패하면서 시련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었다. 바르셀로나를 정말로 좋아했던 리켈메였기 때문에, 아픔도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비야레알에서 훌륭한 시즌을 보내면서 (챔피언스 리그 4강)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고, 그 재능을 오늘 게임에서 유감없이 발휘해냈다.

오늘의 아르헨티나는 그야말로 리켈메의 팀이었다. 중앙에서 경기의 템포를 완전히 조절하고 있었고, 상대팀인 코트 디부아르조차 그 템포에 맞춰서 게임할 수 밖에 없었다. 리켈메가 언제나 결점으로 지적받는 것이 "느리다"라는 것인데, 오늘 경기를 봤으면 다들 알겠지만 자신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도 패스 하나만으로도 경기 템포를 엄청나게 빠르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리켈메이다. 바로 두번째 골이 그 훌륭한 예가 되겠다. 자기 자신은 거의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 패스의 속도는 코트 디부아르 수비진은 아무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리켈메가 이렇게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에스테반 캄비아소와 하비에르 마셰라노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뒤에서 뒤치다꺼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마셰라노의 역할이 크다. 마셰라노가 있기 때문에 리켈메는 전혀 수비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플레이를 하고 있다. FM을 해 본 사람이라면, 사실 마셰라노라는 이름보다는 "마지우개"라는 이름이 더 편안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_-;;

코트 디부아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역시 축복받은 신체능력을 타고난 흑인들이라, 개개인의 능력 수준은 아르헨티나에 못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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