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리즈는 끝났고, 승자와 패자가 가려졌다.
1차전부터 6차전까지, 양팀이 보여준 수준높은 스킬들과 허슬 플레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승리에의 의지 등등을 떠올려보자니, 참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특히
피닉스 선즈 선수들..
던컨에게 파울을 한 뒤에 페이크에 속은 자신을 자책하듯이 자신의 머리를 때려대던
컷 토마스, 20점차로 뒤지고 있던 4쿼터에 놀라운 3점슛과 어시스트로 슈퍼맨 모드를 보여주던
스티브 내쉬 등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훌륭한 팀이 패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나눠지게 되는 법. 오늘 경기에선
스퍼스가 좀 더 나은 경기력으로
선즈에게 114-106의 승리를 거두면서, 시리즈 전적 4-2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게 되었다. 오늘의 차이는 식스맨 오브 더 이어 후보였던 두 선수에게서 갈렸다. 1쿼터부터 3쿼터까지 팽팽하던 경기는 3쿼터 중반에 갑자기 스퍼스로 기울었고, 그 때 식스맨 수상자 후보였던 스퍼스의
마누 지노빌리는 3점 2개를 성공시키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일등공신이 되었던 반면, 식스맨 오브 더 이어 수상자인 피닉스 선즈의
레안드로 발보사는 무리하게 원맨 공격을 고집하다가 실패하면서 그 분위기를 전혀 반전시키지 못했다. 여기서 양 팀의 승부가 결정되어 버렸다.
사실 5차전 이전의 스퍼스는 선즈에게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건 마누의 부진 탓도 컸다. 부진이라고 해야 할지, 라자 벨을 비롯한 선즈 수비가 잘 막았다고 해야 할지는 좀 헷갈리지만, 암튼 그랬다. 하지만 5차전에 이어서 오늘 게임에서 33점을 넣으면서 완전 부활. 오늘은 돌파에 이어서 특유의 "저런 것도 들어가나" 레이업 슛도 들어갔던 것 같고, 3점도 꽤 넣었고.. 예전의 마누가 정말로 살아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마누만 살아난다면 우승도 꿈이 아니다. 정말 오늘 결과는 여러모로 희망적이다. 마누가 잘 하는 것을 보고, 혼자서 팔짝팔짝 뛰기까지 했다. 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컨의 코멘트 하나. (출처는
ESPN의 Wojciechowski 칼럼)
"Absolutely I can understand why people would want to see it go one more, You also have to understand why we didn't want to see it go one more."
"나는 사람들이 왜 한 게임 더 보고 싶어하는지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또 왜 우리가 한 게임 더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다들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선즈 팬들이야 5차전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고, 제3자들 입장에서도 그것때매 7차전까지 갈 게임이 조금 빨리 끝났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퍼스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스퍼스 팬의 입장에서는 피닉스 선즈라는 무시무시한 팀을 상대로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기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