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2007)

영화 2007. 11. 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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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한국어 홍보 카피는 포스터에도 볼 수 있듯이 "절대 권력에 맞선 통쾌한 한판 승부"이지만, 영화의 주인공 쿠리우 쿄헤이(기무라 타쿠야)가 극중에서 믿고 행하는 바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다소 특이한 검사 - 홈쇼핑 중독이고 수트는 거의 입지 않는 - 는 물론 매우 정의에 투철한 진짜 검사이지만, 정치 권력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우직하게 자기가 현재 맡은 사건의 희생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피의자에게 그 죄의 책임을 온전하게 질 것을 요구한다. 이 것은 법정에서의 그 긴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어떻게 본다면 참 심플하고 다소 소박하기까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아이러니한 것은 참 이렇게 소박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가 일본이라는 거대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나온 블록버스터라는 것.

이 영화의 원작이라고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매주 MBC계열의 한 케이블 채널에서 현재 방송중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앞서 만들어졌던 특별판도 그 전에 방송을 했었고. 영화는 이 특별판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 특별판을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약간 있다. 거기다가 이 쿠리우 검사의 동료들 - 사무관이자 연인인 아마미야 마이코(마츠 다카코)는 제외 - 은 거의 90% 정도는 코미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캐릭터들이 펼치는 개그를 이해하려면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보는 게 필수다.

암튼, 앞서 말한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참 즐거웠다. 쿠리우 쿄헤이 검사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스토리는 감동적으로 잘 짜여졌으며, 간간이 나오는 개그도 참 즐겁다.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일본형 블록버스터라고 해야 하나.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쿠리우 쿄헤이라는 인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여간해서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 열정적이며 성실하며 사람과 그 인생의 소중함을 아는 이 검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것이 비록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해서 믿기 힘들었을지라도.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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