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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11 마스터 키튼

마스터 키튼

2006. 3. 11. 15:07


<마스터 키튼>을 다시 봤다. 뭐 다들 알겠지만, 스토리의 뼈대는 고고학자이면서 보험조사원인 키튼이라는 사람의 모험담이다. 우리들이 잘 접하지 못하는 고고학과 관련된 얘기나 아랍이나 동유럽, IRA등에 대한 얘기 등 다양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어서 꽤 재미가 있다. 겉으로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실은 특수부대 출신의 영리하고 신체적인 능력도 꽤 있는 주인공(이 점에서는 약간의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도 그나마 개성적이고..

주인공 키튼은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에서는 멋지게 보험조사원 임무를 완수해내지만, 스토리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그의 꿈인 도나우 고대 문명은 고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 학설이기 때문에, 시간 강사로만 출강할 수 있을 뿐 정식 교수가 되지 못한 실패한 사람이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대학의 어떤 세력있는 교수가 키튼의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출간할 수 있게 해주면 키튼을 교수에 임명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고민 끝에 거절을 하고 만다.

"하얀 여신" 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도나우 문명의 여신에 대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는데, 실제 모계 사회의 존재 여부나 모계 사회가 실제로 여성이 존중되던 사회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이 만화는 픽션이지 고고학 논문이 아니니까 그런 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결국 이 것 또한 상징적으로 언제나 키튼이 약한 소수를 위해서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도 거기 속해있기 때문에..)

키튼은 뛰어난 군인이지만 거의 총을 쓰지 않을 뿐 더러,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보면 총을 잘 쓰지도 못하고 쓰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웁니다. 옛 사람들의 도구와 지혜를 써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이겨 나간다. 이 만화에서의 싸움은 언제나 훈련된 군인 혹은 그런 류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결이지만, (마치 일본 학생운동에서 경찰-시위대, 혹은 베트남 전쟁의 미군-베트콩과 같은) 키튼은 언제나 지혜를 발휘해서 이겨낸다. 이런 설정은 참 멋지다.

그런데 나는 수많은 에피소드 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가족의 시간>이라는 에피소드인데, 스토리 자체는 별 것 없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 마지막에 대학 강사 자리를 못 얻은 키튼이 굉장히 실망해서 "지금은 대학에 가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 때 키튼의 아버지가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는 것도 멋진 일 아니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이 가족을 감싸는 듯한 여름 밤의 풍경이 펼쳐진다. 귀뚜라미가 울고, 밝은 보름달이 떠있는.. 이 만화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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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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