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운이 많이 따른 골이긴 했지만 너무나 훌륭한 골이었다. 바르테즈와 갈라스라는 노련한 선수들이 결국 자신들의 눈 앞에서 아주 느릿느릿하게 넘어가는 공을 걷어내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행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슛(?)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자체는 그 게임에서 딱 한번 나온, 대한민국 팀의 최고의 플레이였다. 지친 아비달을 제치고 최고의 클로스를 올려준 설기현, 결국 헤딩을 따낸 조재진, 쇄도하면서 결국 골을 만들어낸 박지성. 정말 너무나 멋진 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한 순간에 일어난 마법과 같은 일은 아니었다.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선수들은 전, 후반 내내 기술적으로 우월한 선수들과 맞서서 뛰고 또 뛰어야 했다. 엄청난 압박과 프랑스 선수들의 노련한 플레이 속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전반이었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도 타겟맨 조재진은 혼자서 외롭게 우리 미드필더들이 자신이 떨궈주는 공을 받아주길 바라며 상대의 노련한 수비수들과 헤딩 경합을 해야만 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 앙리를 우리 수비수들은 몸을 던져가면서 수비를 해야 했다. 언젠가 찾아올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 미드필더들은 뛰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프랑스를 계속해서 압박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후반에는 더욱 공을 많이 가지면서, 기회를 노릴 수가 있었고 10분을 남기고 결국 터져 나온 골은 그런 노력의 산물이었다. 빠른 시간에 한 골을 실점했기 때문에, 자칫 평정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엄청난 인내력으로 힘든 시간들을 우리 선수들이 견뎌냈다. 그리고 결국 그 보상이 골과 귀중한 승점 1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2002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은 강팀들이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진 이유는 결국 그들의 오만함때문이었다. 운 혹은 심판의 유리한 판정, 홈 어드밴티지 등의 다른 요소들이 한국팀의 승리 요소이지, 실력은 우리가 훨씬 낫다는 오만한 판단이 그들의 판단력을 흐렸다. 결국 경기 자체에 신경쓰지 못하고, 심판과 엄청난 응원을 하는 홈 관중 등에만 신경을 쓰다가, 그들은 완벽하게 져서 집에 돌아갔다. 이번 프랑스 경기도 똑같은 양상이었다. 앙리가 후에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경기를 지배했고 마지막에 멍청하게 실수해서 골을 먹어서 비겼다라고 했다는데, 세계 최고의 선수조차 자신들이 왜 비겼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모든 팀 스포츠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요소가 아주 크게 작용한다. 경기에서의 플레이 자체에 순수하게 팀 전체가 집중할 수 있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상대를 얕봐서도 안 되고, 상대를 무서워해서도 안 된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해야 이길 수 있다. 축구 기술이나 파워 등에서 우리 나라 선수들이 프랑스에게 밀렸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신적인 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프랑스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것이 결정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정말 멋진 게임이었고, 밤새워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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