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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2007. 7. 28. 22:46
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까치글방

이 책은 "신의 지문", "신의 봉인" 등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핸콕의 책이다. 이 저자의 이름만 봐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음모론, 프리메이슨, 템플기사단...

그렇다. 바로 이런 류의 내용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고대 이집트의 비의(秘義)가 그노시스주의 기독교와 마니교를 거쳐서 카타리파 등의 중세 이단, 템플 기사단과 장미십자단등으로 연결되었으며, 그것이 프랑스 혁명의 주도 세력이자 미국 건국을 비밀리에 지휘한 프리 메이슨에게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집트 비교의 원리에 의해서 현재의 파리와 워싱턴이 건설되었다는 것.

그래서 현재의 파리에는 오벨리스크와 유리 피라미드 등의 이집트 적인 상징들이 도시 곳곳에 있으며 그것들의 배치도 이집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워싱턴 DC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 화페 1달러에는 미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피라미드와 이집트신의 상징인 호루스의 눈과 유사한 도안이 있다는 것이다.

"1793년 8월 혁명세력의 한 집단이 바스티유의 터에 고대 이집트 여신인 이시스의 대형 조상을 세우고 기념식을 거행했다. 두 마리의 사자를 양옆에 거느리고 왕좌에 앉은 여신의 모습을 묘사한 이 조상은 혁명의 유명한 선전가였던 화가 자크-루이스 다비드가 설계했다"

"랭팡이 설계한 워싱턴 DC의 가정적인 생명의 나무식 설계도를 계속 따라갈 경우 워싱턴 기념탑이라는 거대한 오벨리스크의 위치가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티페레트라고 불린 세피라에 해당된다. 이 세피라는 만물의 중심이며 생명과 빛이 방사되는 태양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워싱턴에 서 있는 '이집트식' 오벨리스크가 의도하는 비유는 분명해 보인다. 로마, 파리, 런던, 뉴욕의 실제 오벨리스크보다 7배나 더 높은 이 강력한 태양의 탤리즈먼은 오늘날 신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수도의 표상이 되고 있다."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워낙에 흥미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방대한 자료를 찾고 인용한 저자들의 노력도 대단하서 새롭고 흥미있는 얘기들도 많이 들을 수가 있었다. 특히 잘 알지 못했던 카타리파나 보고밀파 등의 중세 이단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었다.

일단은 이 책 내용을 100% 신뢰하기는 좀 곤란하다.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나 학계의 주류 입장과는 다른 가설 수준의 내용들이 이 책에는 많다. 주로 이 저자들이 취하는 방식은 "이 같은 추론은 지나친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이다. 오랜 연구의 결과라기 보다는 미리 가설을 세워 놓고 각종 증거나 자료들을 꿰어 맞춘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또 그렇다고 이 책 내용이 전부다 엉터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카타리파와 마니교, 거기에 영지주의까지 모두 한 줄로 줄줄이 엮어버리는 -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대이단의 사슬" - 허무맹랑한 가설은 엉터리에 가깝긴 하지만, 파리와 워싱턴 등의 건설에 이집트 적인 원리가 적용되었다라는 등의 가설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집트가 유럽 문명의 심리적인 근원을 형성하고 있지 않나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는 오벨리스크나 피라미드 형태의 조형물이 그토록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말년에 연금술에 몰두했던 뉴턴이나 수비학에 정통했던 케플러의 예에서 볼 수 있드시 근대 유럽에서 일어난 과학 발전의 이면에는 이집트나 그리스 등에서 이어진 많은 비의적인 사상들 - 연금술이나 피타고라스 적인 수비학적 사상들 - 이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런 종류의 내용은 거의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니교, 카발라, 그노시스 영지주의, 템플 기사단, 카타리파, 조르다노 브루노, 장미 십자단, 프리 메이슨 등등 암튼 거의 모든 음모론의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재미가 꽤 괜찮을 것이다.

암튼,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드시 기자의 대 피라미드를 꼭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거기에는 틀림없이 뭔가 신비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만들어진지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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