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후에 꽤 많은 스티브 잡스 영화가 나왔다. 얼마전에는 아론 소킨이 각본을 하고 대니 보일이 연출했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한 영화도 있었고... 

하지만, 이 1999년의 TV용 영화가 그 중 가장 재밌었는데 그 이유는, 스티브 잡스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을 영화에 담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 최고의 순간은 애플 설립 초기 혹은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최근의 업적들일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빌 게이츠와의 엇갈리는 운명의 시간들이 가장 영화적인 재미,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면들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1997 Macworld Boston Apple - Microsoft Deal

바로 아래 장면,  1997년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의 애플 복귀와 함께 빌 게이츠가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서 파트너쉽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이 영화에서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나레이션을 통해서 "스티브는 빌 게이츠를 올려다보고, 빌은 폭군처럼 스티브를 내려다보고 있잖아요" 

이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끝 두 번 반복되는데, 결국 이 장면을 처음 보여주고 그 나머지 시간들은 어떻게 해서 두 사람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한다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볼 때에는 결국 관객들도 납득하게 되는 것이고. 사실 워낙 유명한 장면이어서 유튜브에서 실제 동영상도 찾아 볼 수 있다. 영화처럼 대놓고 크게 야유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관객들은 없지만 당연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절대로 아니다. 







아래는 97년 맥월드 발표때의 실제 사진과 동영상.. 






Change the world...

아래 장면은 스티브 잡스가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하는 대사인데 마치 관객들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구도가 잡혔다. 이 영화에서의 스티브 잡스는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애플의 사명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A Rich Neighbor named Xerox....

아래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충돌 장면. 어딘가에서 본 다큐에 따르면 실제로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를 애플 사옥으로 호출해서 윈도우 3.1 은 도둑질이라고 엄청 화를 냈지만 빌 게이츠가 한 마디도 안 졌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부유한 이웃" (제록스) 비유... (애플 직원이었던 앤디 허츠펠트가 직접 쓴 글 - http://www.folklore.org/StoryView.py?story=A_Rich_Neighbor_Named_Xerox.txt)

정말 역사적인 저작권 분쟁이긴 하고, 그 결과가 바로 위에 나오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97년 딜. IT의 역사 뿐 만이 아니라 추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세계사적으로도 꽤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암튼 지금 애플은 세계를 제패했고 빌 게이츠는 아직도 세계 최고 부자를 유지한다는 점으로 봐도 그렇다. 








아래 두 장면은 어쨌든 스티브 잡스가 실제로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 들인데(처음 것은 피카소 인용) 영화에 정말 자연스럽게 넣었다고 생각한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The only problem with Microsoft is they just have no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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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NEY LUMET, 1924-2011

영화 2011. 4. 10. 22:10

어제 시드니 루멧 감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었던지라.. 많이 아쉽네요. 그래서 뉴욕 타임즈에 나온 부고 기사를 일부 번역해봤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 Director of Classics, Focused on Conscience

By ROBERT BERKVIST


NewImage

 

헐리우드보다 뉴욕의 거리를 더 사랑했고, “열두명의 분노한 사람들”, “서피코”, “뜨거운 오후”, “평결”, “네트워크” 등의 양심을 주제로 한 영화들로 현대 미국 영화의 많은 고전들을 만들었던 시드니 루멧 감독이 토요일 아침 맨하탄의 집에서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수양딸인 레슬리 짐벨에 따르면 사인은 림프종이라고 한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말하길 “모든 영화는 관객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지지만, 내가 생각하는 영화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관객들이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하나 혹은 다른 면들을 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고를 자극시키고 정신의 과즙이 흐르도록 만듭니다.”

사회적인 이슈들은 그 자신의 정신의 과즙이 흐르게 만들었고, 그의 최고 작품들은 편견, 부패와 배신의 결과를 드러낼 뿐 아니라, 개인의 용기있는 행동을 또한 찬양한다.

그의 첫번째 작품인 “12명의 분노한 사람들”에서 그는 헨리 폰다가 연기한 용기있고 고집센 한 명의 배심원이 살인 사건의 피고가 실제로는 무죄라는 것을 다른 배심원들에게 천천히 확신시키는 모습을 그려냈다. (미국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이 영화가 자신의 법률 경력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비평에서 성공적이었고 40여번이나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되었지만, 시드니 루멧 자신은 한번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무려 4번이나 후보에 지명되었는데도. (“네트워크”, “12명의 성난 사람들”, “뜨거운 오후”, “평결”)

2005년에 아카데미는 명예상을 루멧 감독에게 시상했는데, 뉴욕 타임스의 마놀라 다르기스 기자는 그 상을 가리켜 “평생 무시한 데 대한 위로”라고 불렀다.

2007년에 했던 인터뷰에서, 루멧 감독은 아카데미 상을 한 번도 못 받은 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받고 싶었어요. 정말 하나 정도는 내가 받았어야 하지 않냐고 느꼈습니다.” (I wanted one, damn it, and I felt I deserved one)

[...]

뉴욕 타임스 다르기스 기자는 루멧 감독을 “마지막 남은 위대한 영화 도덕주의자”이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영화의 첨단에 있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루멧 감독은 자신은 결코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십자군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예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럼 왜 영화를 만드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게 좋아서 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사는 멋진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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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토토로”를 처음 본 게 제가 고2 (확실치는 않지만) 때니까,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기억나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메이가 처음 토토로를 만나는 장면이나, 그 아름다웠던 토토로와 사츠키, 메이의 비행 장면 등등..

하지만, 역시 최고의 장면은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의 도움으로 사츠키가 미아가 된 메이를 찾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메이가 언니를 부르면서 반대로 가서, 사츠키와 메이가 결국 고양이 버스의 바로 정면에서 만나서 서로 안게 되는 연출이 너무 맘에 듭니다. 이렇게 컷 바이 컷으로 보니까 고양이 눈의 시선 처리도 참 귀엽게 된 것 같네요.

제가 이 즈음에 같이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인데, 역시 이 두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 작품들이 아닌가 싶네요. 이후 작품들도 다 재미있긴 했지만, 이 두 작품에서 느꼈던 그 신선함이나 감동에는 이르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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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 소리 감상

영화 2009. 2. 9. 00:08

 

토요일에 씨너스 이수에서 봤습니다. 일이 생겨서 10분 정도 늦게 들어갔는데, 깜짝 놀랬습니다. 제 예상과 달리 객석이 가득 메워져 있더군요. 정말 역대 최고 다큐멘터리 흥행작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냥 슬픈 영화는 아니고, 꽤 재미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거의 말씀이 없으시지만, 할머니는 계속 혼자서 불평을 하시는데.. 그게 꽤 웃깁니다. 할머니는 영감 잘 못 만나서 내가 이 고생을 한다고 계속 불평을 하시는데, 참 두 분 잘 어울리시더군요.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클로즈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나치게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그게 더 이 세 주인공 –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40살 먹은 소 – 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제 자신이 경북 봉화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40살 먹은 소는 죽고 양지 바른 곳에 묻힙니다. 마지막엔 할아버지가 혼자서 쓸쓸하게 앉아 계신 모습이 나오더군요.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돌아가시겠지요. 할머니도 그렇고요. 하지만, 이 세 인생은 이 영화로 인해서 제 마음에 그리고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 만든 스튜디오 느림보에게 참 감사를 드리고 싶고, 3년간의 노고에 대해서 수고하셨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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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mania의 디피현님 게시물에서 본 동영상입니다. 극장에서 꼭 봐야겠습니다.. ㅠ.ㅠ

 

상영 정보 – Thinkmania의 최상현님 게시물에서 인용

<서울>
씨네큐브(1월 15일 개봉)
하이퍼텍나다(1월 15일 개봉)
씨너스 이수(1월 15일 개봉)
인디스페이스(1월 15일 개봉)
시네마 상상마당(1월 15일 개봉)
아트하우스 모모(1월 15일 개봉)
CGV압구정(1월 22일 개봉)
CGV강변(1월 22일 개봉)


<부산>
CGV 서면 (1월 22일 개봉)


<인천>
CGV 인천(1월 22일 개봉)


<대구>
대구 동성아트홀(1월 19일 개봉)


<파주>
씨너스 이채 (1월 15일 개봉)


<분당>
CGV 오리 (1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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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스포일러)

* 예상은 했었지만, 또 다시 안노 히데아키에게 낚였다. 파닥파닥. 이번 편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총 4부작중 1편이니까, 앞으로도 세 개나 더 남았다. 그런데 벌써 이 1편에서 너무 많은 떡밥이 던져졌다. 짜증남과 동시에 기대감과 즐거움이 용솟음치고 있다. ㅋ

* 이번 편의 주요 떡밥은 다음과 같다.
  1. 말미에 마지막 사도 나기사 카오루가 예상 외로 일찍 등장. (심지어 아스카가 등장하기도 전에) 그리고 알 수 없는 카오루의 대사들.
  2. 릴리스의 이른 등장. 미사토가 야시마 작전 전에 신지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릴리스의 얼굴이 바뀌었다. 눈 6개는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제 3사도와 비슷한 얼굴.
  3. 이카리 신지와 미사토 사이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했는데, 본질적으로 신지의 캐릭터가 조금 변했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두 사람의 꽉 잡은 두 손. 그리고 포스터에도 나오는 미사토의 대사 "저도 초호기 파일럿을 믿습니다" 두둥..
  4. 달에서 오는 에반게리온 6호기!!

* 야시마 작전이 이번 편의 클라이맥스라고 볼 수 있는데, 상당히 새롭게 연출되어 있어서 꽤 볼만 하다. 물론 TV판도 괜찮았지만.. 그리고 8면체의 피라미드 두개 겹쳐놓은 듯한 그 사도는 TV시리즈에서의 그 밋밋한 모습을 벗어 던지고, 정말 화려하게 변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 유난히 이번 극장판은 사도의 피가 터지고 흐르는 장면이 많다. TV시리즈에서도 좀 그랬지만, 더 강조가 되는 듯. 피의 바다도 나오고, 피의 비도 나온다.

* 다만, 아쉬운 것은 신지의 학교 생활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

* 극장판이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TV판과 같다. 중간에 검은 바탕에 에피소드 영문 부제(Evangelion 1.0 You're not alone)가 나오는 점이나, 마지막에 미사토의 목소리로 다음 편 예고가 나오는 점 등등 (이거 보려고 거의 모든 관객이 엔딩 크레딧을 열심히 끝까지 본다. 그리고 마지막 그 그리운 "다음 편도 서비스, 서비스"도 여전하다)

* 암튼,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기다릴 만한 시리즈가 나온 건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본다는 게 어디냐.

* 이 끊임없는 우려먹기에 대해서 장삿속이니 뭐니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사골게리온"이라는 별명, 누가 지은 건지는 몰라도 정말 제대로다.

* 그 때는 몰랐는데, 신지가 첫 사도를 물리치고 병원에 있을 때, 병원 안내 방송 멘트가 나오는데, 언급되는 의사 이름이 "우가이", "아즈마"이다. 이 이름은 일본판 "하얀 거탑"의 인물들인데.. 나만 몰랐던 것인가..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발견한 사람도 있는 듯..

*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테마 송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 꽤 좋은 것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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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영화는 항상 재밌게 볼 수 있는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입체적이고 다중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모순에 차있기까지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때로는 심리를 분석해보기도 하고 감정을 이입시켜 보기도 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 작품 "색,계"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탕웨이의 "왕치아즈"는 말할 것도 없고, 양조위의 "이선생" 이 두 캐릭터는 정말 흥미있게 지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놀랍도록 아름답게 그려진 1940년대 홍콩과 샹하이였다. 특히 왕치아즈와 그 친구들이 연극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에 뒷풀이 술자리를 하며 즐겁게 거리를 뛰어놀던 장면은 참 낭만적이었다. 샹하이의 여러 외국 조계 모습이나, 아랍인 보석상, 카페, 일본식 술집 등의 장소도 참 좋았고, 그런 장면에서 왕치아즈가 보여준 패션도 좋았던 것 같다. 샹하이를 배경으로 했던 장면들 만큼은 마치 미국 고전 영화나 느와르 혹은 하드보일드의 분위기가 났다고나 할까. 암튼, 이안 감독이 스토리나 인물 만큼이나, 그 유명한 베드신만큼이나, 이런 40년대 중국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이고, 나에게는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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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팬이라면, 한예슬이 출연한 영화는 당연히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이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을 오늘 보았다.

제목과 달리, 스토리는 그다지 용의주도하지 못하다. 한예슬이 맡은 신미수라는 캐릭터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익스트림 무비의 듀나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일에서도 성공한 아름다운 20대 후반 여자가 이 영화처럼 필사적으로 남자 관리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줄을 설텐데.

또하나 캐릭터가 무너진 이유는, 배우가 한예슬이기 때문이다. 신미수라는 캐릭터보다, 더 한예슬이라는 배우가 돋보인다. 간혹 <환상의 커플>의 조안나나 나상실이 보이기도 한다. 이게 영화의 완성도에는 좋지 못한 영향을 준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인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이 영화가 그래도 보기에 재미있는 이유는 오직 하다 한예슬의 매력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상의 커플>팬이거나 한예슬 팬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 영화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장면들이 꽤 있다. 첫째, 손호영의 그 심각할 정도로 못하는 연기. 두번째, 손호영이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통으로 다 보여주는 장면. 세번째 극중 한예슬이 담당한 광고 프리젠테이션에서 KTF의 Show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아주 아주 노골적으로 거의 직접광고 수준으로 말하는 부분. 많이 심했다.

이미지 출처 - "용의주도 미스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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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2007)

영화 2007. 11. 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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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한국어 홍보 카피는 포스터에도 볼 수 있듯이 "절대 권력에 맞선 통쾌한 한판 승부"이지만, 영화의 주인공 쿠리우 쿄헤이(기무라 타쿠야)가 극중에서 믿고 행하는 바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다소 특이한 검사 - 홈쇼핑 중독이고 수트는 거의 입지 않는 - 는 물론 매우 정의에 투철한 진짜 검사이지만, 정치 권력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우직하게 자기가 현재 맡은 사건의 희생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피의자에게 그 죄의 책임을 온전하게 질 것을 요구한다. 이 것은 법정에서의 그 긴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어떻게 본다면 참 심플하고 다소 소박하기까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아이러니한 것은 참 이렇게 소박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가 일본이라는 거대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서 나온 블록버스터라는 것.

이 영화의 원작이라고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매주 MBC계열의 한 케이블 채널에서 현재 방송중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앞서 만들어졌던 특별판도 그 전에 방송을 했었고. 영화는 이 특별판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 특별판을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약간 있다. 거기다가 이 쿠리우 검사의 동료들 - 사무관이자 연인인 아마미야 마이코(마츠 다카코)는 제외 - 은 거의 90% 정도는 코미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캐릭터들이 펼치는 개그를 이해하려면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보는 게 필수다.

암튼, 앞서 말한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참 즐거웠다. 쿠리우 쿄헤이 검사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스토리는 감동적으로 잘 짜여졌으며, 간간이 나오는 개그도 참 즐겁다.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일본형 블록버스터라고 해야 하나.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쿠리우 쿄헤이라는 인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여간해서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 열정적이며 성실하며 사람과 그 인생의 소중함을 아는 이 검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것이 비록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해서 믿기 힘들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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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짐작조차 안 되지만, 암튼 이 영화가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극장 개봉을 했다. 냉큼 달려가서 보긴 했는데, 사실 이 영화는 이미 거의 10년 전에 불법 비디오로 본 적이 있다. 단지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 뿐. (얼마 후에는 또 역시 오래된 영화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도 극장 개봉을 한다지 아마..)

이 영화에 대해서는 익스트림무비 블로그에서 자세히 다룬 두 편의 글 -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 王立宇宙軍~オネアミスの翼 (1987)>, <알고봅시다 - 왕립우주군> - 을 보면 대충 어떤 영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번 본 영화를 왜 또 극장까지 가서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나에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 나는 한때 <에반게리온>과 그 창작자 안노 히데아키의 빠돌이였다. -_-;; 이 영화에서 안노 히데아키는 아래 보이는 그림,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맡았다고 한다. 저거 그릴려고 NASA에까지 가서 로켓 발사 장면을 참관했다는 얘기가 있다.

둘째, 이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바는 바로 "순수한 열정" 그것이다. 익스트림 무비 블로그의 글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오사카 지역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이 뭉쳐서 만든 프로덕션 가이낙스의 창립작이다. 애니메이션에 미쳐있던 매니아들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 뭉쳐서 만들어낸 열정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는 그러한 자신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군국주의 일본을 연상시키는 한 가상의 왕국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 유일한 군대인 왕립우주군. 그리고 순수하게 단지 우주를 비행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를 위해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아마도 가이낙스 자신들의 자화상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마지막 장면, 로켓 발사 지역 근처에서 전투가 개시되고,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도 결국 모두의 힘을 모아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감동을 느꼈다. 열정이 주는 감동. 주위에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들을 볼 때 느끼는 감동과 아마 같은 종류의 것이었던 것 같다. 즉, 이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아니라,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가이낙스의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마치 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참 좋았다. 이게 나를 또다시 극장까지 이끈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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