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2006. 8. 17. 01:12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한스미디어(한즈미디어)



야구에서 타자의 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수치는 다음과 같다 - 타율, 타점, 홈런. 그리고 이 세 가지에서 시즌 1위를 한 선수에게는 타이틀(홈런왕, 타점왕 등등)이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한 선수가 단일 시즌에서 이 세 가지에서 모두 1위를 했을 경우, 3관왕 혹은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불리며, 타자로서는 최고의 영예가 된다.

그런데, 정말 이 수치가 타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나타내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타율이 똑같이 2할 5푼인 두 선수가 있다. 한 선수는 힘이 좋아서 홈런을 25개나 쳤지만, 다른 선수는 홈런이 4개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두 선수의 타율은 과연 이러한 차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이 의문에서 나온 수치가 바로 장타율이다. 장타율을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루타수(1루타 + 2루타 *2 + 3루타 * 3 + 홈런 * 4) / 타수"

그리고 또 하나 더, 역시 같은 2할 5푼의 두 명의 타자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한 선수는 볼 넷을 60개나 얻어냈지만, 다른 선수는 타석에서의 인내심이 부족해서 볼 넷을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 야구라는 것이 결국 출루를 해야 득점을 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볼 넷을 더 얻어내는 타자가 더 가치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시 타율에는 그런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수치가 바로 출루율이다. 출루율의 공식은 (안타+볼넷+몸에 맞은 볼)/(타석+볼넷+몸에 맞은 볼)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OPS라는 수치가 유도된다. OPS는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이고, 타율보다 훨씬 타자의 전체적인 능력과 팀에 기여하는 능력을 더 잘 나타내는 수치로 아주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앞서있다는 MLB에서도 이 OPS가 실제 팀 운영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쓰인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책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과 그가 단장을 맡고 있는 팀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이 바로 이 OPS라는 수치를 선수 선발의 가장 중요한 수치로 삼은 팀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이런 선수 선발 기준을 통해서 많은 훌륭한 선수를 싼 값에 보유함으로써, 최근 몇 년 간 계속해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단장인 빌리 빈은 젊은 천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OPS를 비롯한 통계를 중시하는 선수 선발 기준이었던 것이다.

물론 오클랜드로써는 이런 통계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긴 했다. 오클랜드라는 곳은 메이저 리그 팀 중에서도 아주 small market에 속한다. 관중 동원은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 삭스같은 큰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고, 그것은 선수를 사는 데에 필요한 돈을 많이 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저 리그에서도 연봉 총액 기준으로 꼴찌를 겨우 벗어나는 팀이 오클랜드이다. 다른 팀들이 비싼 값에 재능있는 유망주들을 사들일 때, 오클랜드는 그보다 못한 선수들만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빌리 빈 단장이 선택한 전략은 몇 가지 장점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OPS를 기준으로 해서 특히 출루율에만 신경을 써서 타자들을 선택했다. 그 결과, 다른 팀들이 젊고 빠르고 힘도 좋은 선수들을 살 때, 오클랜드는 느리고 타율도 높지 않지만 출루율이 좋은 선수들을 택했다. 물론 그런 선수들은 값이 쌌고, 다른 팀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대단했다. 빠른 발이나 좋은 타격 능력보다는, 출루율 즉, 타석에서 인내심을 발휘해서 볼 넷을 얻어내는 것이 팀의 성적에는 훨씬 더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완벽히 증명된 것이다. 오클랜드는 지난 5년간 네 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올해도 지구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페이롤이 많이 올라갔지만, 4-5년전만 해도 꼴찌 부근에서 놀던 팀이다)

물론 선발 투수 빅3(팀 헛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성적을 올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지토밖에 없지만, 이 3명의 위력은 대단하긴 했다. 하지만 이 3명을 팀에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것도 오클랜드의 남다른 기준이 적용된 탓이다. 오클랜드는 고졸 투수는 절대로 뽑지 않는다.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팀들이 강속구를 던지는 고졸 투수를 뽑을 때, 오클랜드는 대학 무대에서 검증된 신인만을 뽑았다. 그 전략의 성공 사례가 바로 빅3인 것이다.

이 책 머니 볼은 이러한 오클랜드의 성공 비결을 다룬 책으로, 저자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듯이 직접 빌리 빈 단장을 비롯한 오클랜드 팀 스탭, 선수들과 같이 있었던 경험과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해나간다. 특히 스캇 해티버그에 대한 부분이 아주 인상깊었다. 팀의 상징이었던 제이슨 지암비를 대체한 선수였지만, 기록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사실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마지막에 이런 분석이 나온다. "폴 디포데스타의 계산법에 의하면 아홉 명의 스캇 해티버그로 구성된 라인업은 연간 940-950점의 점수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어슬레틱스의 스타급 선수이자 화려한 타격을 자랑하는 미겔 테하다나 에릭 차베스와 어깨를 견주는 기록이었다. 이와 비교해서 화려한 공격 야구를 구사한다는 2002년의 뉴욕 양키스는 897점의 점수를 기록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스캇 해티버그가 아홉 명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최상의 공격팀을 이루는 것이다" 나도 결국은 기존의 타율/타점이라는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빌리 빈과 그의 스탭들의 능력에 대해서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이번 시즌도 오클랜드는 애인절스를 5게임차로 따돌리고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페이스(언제나 오클랜드는 하반기가 더 성적이 좋았다. 트레이드의 천재 빌리 빈 단장의 마법이 발휘된 후 팀이 더 좋아지는 경향을 항상 보여왔기 때문이다)로 간다면, 올해에는 아마 작년에 실패한 플레이오프 진출을 할 거라고 생각된다.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도 우승에는 실패했던 오클랜드가 올해에는 반드시 챔피언이 되길 빈다.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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