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그 사람의 "기억"이다.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속에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이나 사물 등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기억을 보관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사람의 자기 정체성은 자기 생애의 수많은 기억들을 나름대로 재구성하고 추상화시킨 그 무엇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은 매우 활발한 성격이라고 한다거나, 아니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고 말할때, 그것은 그 사람이 그간 겪어온 많은 기억들(타인들에게 해왔던 행동이나 말들, 그리고 타인의 반응들)에 기초해서 자신의 성격을 구성한 것이라고 볼수있는것이다.

그런데, 기억이 부정된다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이 될 수 밖에없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부정과 똑같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해리장애와 같이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 "환상의 여인"은 자신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완전히 부인되면서, 사형이라는 생명체 최악의 위기를 앞두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각 장 제목에는 친절하게도 사형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려 주고 있기까지 하다. 이 소설의 독자들은(물론나 역시) 그 불쌍한 사람의 처지를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과 정체성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끔찍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환상의 여인이 실재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주인공의 기억과 정체성은 회복되었고, 덤으로 생명의 위기에서도 회복되게 된다. 이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서스펜스의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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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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