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양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첫 경기로 열린 안양 KT&G와 서울 SK의 1차전을 보고 왔다. 부제로 달기도 했지만, 정말 플레이오프다운 경기였고, 클래식으로 남을만한 명경기였다. 이번주에 계속 야근을 한데다가 비도 오고 해서, 오전에는 갈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안 갔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경기는 치열했다. 안양 쪽이 계속해서 주도권을 가진 경기이긴 했지만,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 플레이오프 답게 굉장히 피지컬한 플레이들이 오고 갔고, 양 팀 선수들 모두 몸을 날리는 허슬을 보여주었다. 암튼 3쿼터까지 결국 양팀은 62-62 동점 상황. 하지만 KT&G는 팀의 핵심인 용병 2명이 모두 4파울이라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4쿼터 역시 접전이었다. 하지만 SK는 KT&G의 약점인 용병의 파울 트러블을 이용해서 골밑에 공격을 집중하면서 조금은 쉽게 득점을 하는 모습이었고, 반면 KT&G는 조금은 뻑뻑한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4쿼터 막판 SK가 승기를 잡았고, 3초를 남기고 3점차로 앞서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이어진 주희정의 클러치 3점슛.

이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3초 남은 시점에서 SK선수들이나 팬들 - 역시 가까운 서울팀이라 그런지 많은 SK 팬들이 경기를 관람했다 - 은 모두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고, 반면 안양 팬들은 다소 낙심하고 있었다. 같이 간 지인들이 나에게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자신있게 아직 3점차니까 3점슛 하나면 동점이 되어서 연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속으로는 졌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기적적인 3점슛이 들어갔을 때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안양팬들은 모두 환호를 하면서 뛰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나도 정말 미친듯이 뛰면서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 이 순간의 주희정은 마치 레지 밀러나 로버트 오리 같아 보였고, 그 부러웠던 NBA의 수많은 클러치 슛들이 내 머리 속에서 오버랩 되기도 했다.

암튼, 연장으로 넘어가서도 힘겨운 승부였다. 사실 연장 분위기는 SK의 흐름이었다. 챈들러가 파울 아웃되면서, 승부의 추가 기우나 했더니.. 양희종의 3점과 주희정의 속공등이 이어지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KT&G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발생한 더블 테크니컬 파울 사건은, 내가 자세히 보질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질 못하겠다. 뉴스 기사를 보니, 양희종과 클라인허드가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항의하던 윤영필이 받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장내 아나운서는 이현호 선수가 받았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암튼, 이 사건때문에 지연이 되긴 했지만, 클라인허드가 2번째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을 당하면서 다시 KT&G에게로 흐름이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고 승리로 이어졌다.

오늘 안양에서 가장 좋았던 국내 선수는 주희정이 아니라 양희종이었다. 13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라는 좋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고, 방성윤에 대한 수비도 좋았다. 그리고 특히 연장에서 4점차로 벌어졌을 때 다시 1점차로 줄일 수 있게 해준 3점슛이나, 방성윤을 앞에 두고 자신있게 돌파해서 3점 플레이 만들었던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승리의 일등 공신들은 파울 트러블에도 불구하고 27점씩 득점하면서 팀을 이끈 두 용병, 챈들러와 커밍스일 것이다. 챈들러는 다소 체력이 떨어져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공격력은 정말 엄청났고, 커밍스는 그 특유의 중거리 점퍼와 스크린등의 팀플레이로 팀에 공헌을 했다.

SK입장에서는 국내선수들이 다소 아쉽지 않았나 싶다. 방성윤은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듯 보였다. 슛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였고(3점슛 10개중 3개 성공), 다소 몸도 무겁게 보였다.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이병석이다. 3점슛도 많이 미스했는데(8개중 3개 성공) 특히 연장에서 더블 테크니컬 파울로 받은 자유투 1구를 놓친 것은 너무나 큰 실책이었다.  그게 성공했더라면 20초 정도 남긴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너무나 소중한 자유투였었는데..  아마 항의 등으로 인해서 게임이 지연되면서 집중력을 미세하나마 조금 잃어버렸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런 멋진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플레이오프에 너무나 어울리는 명승부였고, KBL의 클래식으로 남을 만한 명승부였다. 그리고 나로선 당연히 KT&G가 승리했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 1차전을 이겼으니 시리즈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가능하면 다음번 서울 경기에서 이겨서 2연승으로 올라 갈 수 있다면 좋겠다.

* 오늘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들. 2층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더니 화질이 너무 좋질 않다. -_-;;

Posted by kkong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