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1943

2007.07.29 20:20
쿠르스크 1943
마크 힐리 지음, 이동훈 옮김, 이명환 감수/플래닛미디어

많은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흔히들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주로 미국과 연합군에 의해서 이루어진 많은 승리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이끌어 낸 것은 사실 연합군이 아니라 소련이었고,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선은 동부전선이었다.

그리고 이 동부전선에서 소련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되었던 계기가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943년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기갑전이었다.

"쿠르스크에서 소련이 독일군을 물리침으로써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전략적 우위의 획득이었다. 쿠르스크 전투 이후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의 공세는 더 이상 없었다. 독일군이 돌출부에서 얻은 제한적인 성가도 소련군의 반격으로 7월 말에는 모두 사라졌다. 소련군은 1945년 5월 베를린 국회 의사당에 소련 국기가 내걸릴 때까지 계속 전진했다."
- 본문중에서

이 책은 많은 삽화와 사진을 곁들여서, 전투의 진행상황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진행 상황이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고, 군사 전략적인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제2차대전사" 수준의 대중서라기 보다는, 밀리터리 매니아를 위한 책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전차나 병사들의 제복, 전투기 등을 묘사한 많은 삽화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전투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도해들도 자세해서 보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전투 속에서 그 속에 참여했던 인간들의 고민과 그 결단들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결국 전쟁, 전투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 이 시리즈는 외서를 번역한 것으로, 현재 6권이 나와 있다. 인천 상륙 작전을 다룬 1권을 시작으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 독일의 2차대전의 프랑스 전격전, 한니발의 칸나이 전투, 그리스 연합군의 마라톤 전투, 사막의 여우 롬멜의 토브룩 전투까지 6권이 나와 있는데, 현재 프랑스 전격전을 하나 더 사둔 상태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유명한 전투도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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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사상사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던 곳은 DC인사이드 역사 갤러리였다. 일단 제목이 매우 흥미를 끌었다. "총, 균, 쇠"라니, 저 세 가지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암튼 그래서 알라딘에서 냉큼 사서 봤다. 다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야 감상기를 끄적거려 본다.

일단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왜 인간 역사의 발전이 각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되었는가"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각 대륙이 처한 환경의 차이에서 찾는다. 즉, 유라시아가 여타 대륙들 - 남북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비해서 여러 조건이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과 동물의 가축화 등이 다른 대륙에 비해서 유라시아 대륙이 매우 유리했고, 그래서 다른 대륙에 비해서 결국 수천년이나 빠르게 문명의 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최초의 농업 시작 지역은 중국과 메소포타미아이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아메리카나 좁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비해서 유라시아 대륙이 확산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유럽과 한국, 일본 등의 지역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빠르게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는 그런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많은 문화적, 과학적 발전등이 가능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총, 균, 쇠"가 나온다. 총, 균, 쇠로 대표되는 기술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 유럽과 아시아 - 특히 유럽 - 문명은 다른 대륙을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삼게 되고, 그 결과 지금의 아주 불평등한 세계의 구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지난 몇 세기 동안 백인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그들이 인종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환경적인 우위가 그런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추론이다. 그리고 지금 아시아 - 한중일 3국 - 의 발전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주장을 상세한 예를 들면서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너무 결과론적이지 않은가 싶은 부분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과 유럽의 최근의 역전에 대한 추론은 공감이 그렇게 가지는 않는다. 저자의 의견은 중국은 통일되어 있었고, 유럽은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분열로 인해서 새로운 영토로 진출하려는 시도들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의 경우는 황제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좌우되었지만, 유럽의 경우는 다양한 군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한 명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해도, 그것이 성공했을 때에 다른 곳으로 확산이 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은 아닌데,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그 당시 중국의 여러 가지 문화, 사상적인 요소들도 고려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도 "십자군 전쟁"이라는 하나의 큰 사건이 그 다음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 것 같고.

총이나 쇠는 사실 우리가 대충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균에 대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배워왔던 역사에서 많이 배우지 못한 부분이라, 신기하고 재밌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천연두, 페스트 등의 전염병들이 발생하게 된 것이 바로 "가축화"를 선진적으로 해낸 댓가였다는 사실이나,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스페인 군대에게 죽은 원주민보다 스페인 군대가 가져온 - 의도적은 아니었겠지만 - 세균에 의해서 죽은 원주민이 더 많았다는 것도 꽤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은 열대 풍토병으로 알고 있는 말라리아같은 것들이 사실은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유럽인들에 의해서 옮겨진 세균이 발전한 거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B.C. 8000년 당시의 역사가 지금도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위에 인용한 문구가 이 책이 내리는 결론 중의 하나인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사실 조금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론이다. 지금의 아프리카 - 정치적으로 혼란하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하는 - 를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지금도 남북 아메리카에서 많은 원주민들이 고달픈 생을 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10000년 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사실은 가슴이 조금 아프다.

아메리카 인디언 들의 슬픈 운명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백인들에게 쫓겨나서 지금은 그들의 보호구역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푼돈이나 벌면서 술로 지새는 인디언의 후예들이 지금도 미국에는 많다고 한다. 그것이 그 인종 자체가 열등하지 않다는 것은 참 다행이지만,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10000년의 역사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슬픈 현실 또한 존재한다는 것도 이 책의 결론이다. 과연 인간이 이런 불평등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지금에서라도 알았다는 것도 큰 수확이라고 해야 하나.

* 이 책은 2003년 개정 증보판을 번역한 것으로,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추가적인 논문이 하나 실려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바는 현재 일본인은 한국에서 이주한 - 특히 백제, 고구려에서 - 이주민들의 후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국인들도 물론 중국에서 농업과 목축을 배워온 이주민일 것이다. 이게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가 앞서 언급한 인디언들의 슬픈 운명이 이곳과 일본에서도 수천년 전에 벌어졌던 일일 수 있다는 것. 이주민들에게 쫓겨난 슬픈 운명의 원주민들. 인간의 역사는 정말 때로는 너무 가혹하다.

Posted by kkongchi

연합함대
남창훈.박재석 지음/가람기획



연합함대라는 용어가 좀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연합함대는 2차대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함대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중일전쟁이 시작되어 전시체제로 들어서자 1933년 5월에 연합함대를 상설화시켜 해산하는 일 없이 그대로 두었으며, 1937년부터 완전한 전시체제로 들어서면서 사실상 일본 해군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이 책은 진주만 공습부터 시작해서 미드웨이 해전으로부터 시작된 몰락까지의 일들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일본 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은 역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해군 장관일 것이다. 야마모토 장관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하라고 한다면 처음 반년이나 1년동안은 꽤 설칠 수 있겠지만 2년, 3년째에는 어떤 확신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부탁하건대 미국과의 전쟁은 피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라는 마치 미래를 내다본 듯한 말로 유명하고, 이 말로 인해서 사실 전쟁에 매우 반대한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바로 이 야마모토 해군장관에 대한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가 실려있다. "1933년 여름, 일본 해군은 야마모토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항공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당시 뇌격기는 전함에 가까이 접근한 후 어뢰를 발사하는 방식이었으므로, 명중률은 높았지만 그만큼 적함의 대공포화에 노출될 위험도 컸다. 이 때문에 그 후에 있었던 평가회의에서 시바다 대위는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먼 거리에서 어뢰를 발사하는 게 유리하므로, 이를 위해 먼 거리에서 명중률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전투기 역시 충돌할 정도로 근접해서 공격하는 것보다 일정거리에서 공격하는 게 더 합리적이므로 이것을 위해 무기의 개량과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분명히 타당한 의견이었지만 야마모토는 정신력의 해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 의견을 일언지하에 거부해버리고 말았다." 항공모함을 주력으로 하는 전술을 세계 최초로 썼다는 등의 이유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야마모토 해군장관이긴 하지만, 결국 근성을 강조하는 다른 일본군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그토록 강조했던 근성이 바로 일본의 패인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일본은 미국에 비해서 꽤 많은 부분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파일럿들의 숙련도가 아주 뛰어났다. 중일전쟁을 통해서 단련된 일본 해군의 파일럿들은 미국의 파일럿들에 비해서 아주 우수했으며, 제로센과 같은 전투능력이 뛰어난 기체들을 이용해서 확실한 제공권을 초반에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따로 장을 두어 언급하고 있듯이, 이 우수한 조종사들을 일본군은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한 끝에 결국 전쟁 후반부에는 심각한 조종사 부족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반면 미군은 로테이션 시스템과 파일럿을 처음부터 장교로 임관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서 계속해서 우수한 파일럿을 배출했고 또 그 파일럿들이 많은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가 있었다. 일본군의 수뇌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근성은 "너는 소모품일 뿐이다"라는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들 아시는 것과 같다.

태평양 전쟁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끼쳤던 전쟁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강제 징용을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지금도 우리는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들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많은 일본인들도 사실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군 상층부의 잘못된 전쟁 결정, 자만심 가득한 전략, 그리고 전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을 소모품으로만 보는 잘못된 시각 등등이 일본의 패전을 낳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본인들이 원치 않는 죽음을 해야 했다. (식민지인 조선인, 대만인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특공(카미카제 자살특공을 말한다)에 대해서 볼 때면, 분노마저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아래 사진은 그 유명한 전함 야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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