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스포츠 2007. 1. 14. 01:40
나에게 누가 KBL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조금의 망설임없이 한 선수의 이름을 댄다.. 바로 현재 KT&G에서 뛰고 있는 주희정 선수이다..

나는 사실 아직도 주희정의 데뷰 시즌 - 97-98 원주 나래 - 을 잊을 수가 없다. 빠른 발과 우아한 스텝으로 상대 수비를 헤집던 페네트레이션, 공에 대한 집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던 리바운드 등등.. 그 때는 정말 최명룡 감독의 말처럼 몇 년 내로 최고의 포인트 가드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삼성 시절에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까지 받기도 했었고, KBL 역사상 첫번째로 3000어시스트를 넘긴 현재 최고 수준의 포인트 가드이기는 하다. 현재 KT&G가 성적이 안 좋기는 하지만 그건 팀 전체적인 문제 -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이 너무 낮고, 벤치가 너무 약한 것 등등 - 때문이지 주희정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뭔가 아쉽다.

내가 사실 주희정에게서 바랐던 것은, 첫 시즌처럼 강력한 페네트레이션을 하는 그런 공격형 포인트가드였던 것 같다. 김동광 감독과 만난 이후 - 삼성 시절부터 올해 초까지 - 내가 항상 봤던 모습은 자신이 돌파를 하기 보다는 뒤에서 신호를 내려 가면서 하프 코트 오펜스를 조율하고 패스를 하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그게 별로 맘에 안 든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 예전의 제이슨 윌리엄스나 토니 파커처럼 - 저돌적으로 돌파하면서 상대방의 수비를 뒤흔드는 것, 그리고 그 빠르고 아름다운 스텝으로 상대의 골밑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지금의 플레이는 팀에게는 좋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지금은 너무 높아져서 그런 플레이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 KT&G전자랜드의 게임에서도 은희석이 몇 번 돌파를 시도했다가 상대 외국인 센터에게 블록당하는 장면이 몇 번 나왔었다. 사실 그래서 NBA의 경우에도 단신 가드들이 블록을 피하기 위해서 플로터(돌파 후에 상대 블록 위로 높이 띄우는 슛)를 익히는 것이다. 스퍼스의 토니 파커의 경우 정말 그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주희정 선수가 이 플로터를 익혔다면 돌파형 스타일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해 KT&G가 플레이오프에 나가기는 힘들 것 같다. KBL에서는 주희정의 이적에 따라서 좋아하는 팀이 바뀌는 나로서는 좀 아쉽다. 하지만 팀 성적과는 별개로 올해는 예전과 같은 시원한 돌파 장면이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kkongchi
,